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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Feb 12. 2023

땀으로는 씻어낼 수 없는 것

마루야마 겐지 /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

"땀으로 씻어낸 다음에 남는 것, 땀으로는 씻어낼 수 없는 것, 그런 것들이야말로 쓸 가치 있는 주제입니다." 


마루야마 겐지(まるやまけんじ)가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에서 미래의 작가들에게 한 조언이다. 그는 올해 79세, 일체 문단과 교류하지 않고 시골에서 은둔하면서 오로지 집필에만 전념하고 있는 일본 작가다. 


이 글은 문학의 완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외길만 걸었던 그의 치열한 삶을 대변하고 있어 더 울림이 크다. 그는 또 말한다. "사는 것의 진정하고도 깊은 맛은 자신이 확신을 갖고 설정한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에 있다“고.


이미 이룬 것에 만족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우쭐댈 것이 아니라 아직 이루지 못한 것,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며 겸손해야 한다. 치열한 사유와 고민의 흔적이 쌓여 피땀어린 결과로 나타나니, 결과를 섣불리 구하기 전에 과정에서 겪어야 할 치열함과 성실한 자세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세상이 혼란스럽고 탁하다며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세상은 늘 그랬다. 중요한 건 그 세상을 바꾸는 건 바로 단 한 사람, 깨어 있는 정신을 소유한 사람이다. 마루야마 겐지의 말은 작가들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그의 말을 우리에게 적용하면 이렇다. 


'현재 세상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우리는 절망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를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 너무 적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세상이 되살아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오직 우리의 노력에 달렸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되살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정도 기개로 임하기 바랍니다.' 


나에게 땀으로 씻어낼 수 없을 정도의 치열함이 있었는가? 아니, 땀으로 씻어낸 다음에 남는 것이나 땀으로는 씻어낼 수 없는 것에 신경이나 쓴 적이 있었던가? 선뜻 그렇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그전에 그런 삶을 살았다고 해도 지금의 나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나는 그의 말을 새해의 다짐으로 삼기로 했다.

"현재 문학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당신은 절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당신을 이해해 주는 독자가 너무 적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문학이 되살아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오직 당신 같은 소설가의 노력에 달렸습니다. 당신이 문학을 되살리는 겁니다. 그 정도 기개로 임하기 바랍니다."


<마루야마 겐지 _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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