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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Feb 14. 2023

마 음

나쓰메 소세키

난 정직한 길을 걸어갈 생각을 하면서도 

발을 헛딛은 바보였네. 

혹은 아주 교활한 남자였지. 

그리고 그 사실을 아는 건 

오늘날까지 하늘 아래 오직 나의 마음밖에 없네.



<나쓰메 소세키 ㅡ 마음>




평생 함께 끌어안고 가야 할 고독에 대해 말하고 있는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그는 왜 제목을 '마음'이라고 했을까? 


주인공과 그의 친구는 같은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친구의 고백을 통해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친구의 마음을 확인했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포기할 수 없었던 주인공. 그로 인해 친구는 자살하고 주인공은 친구의 죽음 앞에서 평생 괴로워한다.


친구를 배반하고 사랑하는 여인을 얻었지만 친구의 자살로 죄책감과 괴로움 때문에 주인공 역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만다. 복잡한 주인공의 내면을 묘사하고 있는 이 책은 인간의 내면에선 선과 악에 대한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 초반에 주인공이 "나는 외로운 사람입니다"라고 말했던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자신의 '마음'을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고 혼자 감당해야 했으니 외로울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자기 자신에게만은 도저히 숨길 수 없었던 주인공의 ‘마음’을 생각해 본다. 다른 사람을 속일 수는 있어도, 스스로를 속일 수는 없다. 그걸 가장 잘 아는 것이 내 ‘마음’이다. 그런 마음을 진솔하게 응시하라고 나쓰메 소세키는 책 제목을 '마음'이라고 지었던 것이 아닐까. 


저자가 발견한 마음은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었고, 쓸쓸함과 외로움 자체였다. 우리 삶이 그렇듯이 말이다. "난 냉철한 머리로 새로운 발견을 입에 담기보다 뜨거운 혀로 평범한 원리를 이야기하는 편이 살아 있는 것이라고 믿네. 피가 돌아야 몸이 살아 움직이게 되는 것이니까. 진실을 담은 말은 의미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보다 강한 힘을 갖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이지.


이 책을 읽고 스스로에게 얼마나 솔직할 수 있는지, 내 마음에 담긴 진심을 어떻게 고백할 것인지 생각했다. 나쓰메 소세키는 말한다. "나는 미래에 모욕당하지 않기 위해 현재의 존경을 물리치고 싶은 겁니다. 나는 지금보다 더 외로울 미래의 나를 견디기보다 외로운 현재의 나를 견뎌 내고 싶은 겁니다." 


그의 치열했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그런지 <마음>은 저자의 그런 일면을 담고 있는 것 같다. 평생 마음에 짐을 안고 살아야만 했던 주인공처럼, 나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아 가는 중이다. 그 무게가 사람마다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도. 

나는 인간이란 존재가 정말이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인간은 거스를 수 없이 타고난 가변적인 존재라는 것도.



<나쓰메 소세키 _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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