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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Feb 23. 2023

카프카 ㅡ 일상의 소중함

“우리에게 유일한 일생은 우리의 일상이다. 일상이 우리 인생의 전부이다." 체코 출신 작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 - 1924)의 말이다.


일상이 사소하다고 무시하면 자칫 인생 자체가 사소해질 수 있다. 위대한 작품은 디테일이 다르듯, 위대한 인물들은 우리가 소홀히 여긴 일상을 중시한 사람들이다. 일상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은, 내가 하는 일뿐만 아니라 내 곁에 있는 사람들, 나한테 주어진 상황을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다.


카프카와 달리 나는 뭔가 중요한 일을 한다고 그래서 나는 중요한 사람이라는 착각 속에서 일상을 소홀히 여겼다. 일에서 보람을 찾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일상의 삶은 무시되었다. 가족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거나, 주변 사람들을 챙겼어야 했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카프카의 말대로 일상이 내 인생의 전부라면 나는 인생의 많은 시간을 낭비한 셈이다.


카프카도 나처럼 법을 전공했다(그는 프라하대학교 법학 박사 출신이다). 똑같이 법을 전공했는데 인생의 방향은 분명히 갈렸다. 나는 검사가 되어 전공을 살렸지만, 그는 보험회사에서 평범한 직원으로 일하면서 틈틈이 소설 <변신>, <심판> 등 후세에 남을 주옥같은 작품을 썼다.


불과 40세의 짧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 카프카가 문학사에 남긴 족적과 다른 작가들에게 미친 영향은 작지 않다. 하는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일 속에서 발견한 자신의 가치와 일상을 소중히 여기고 최선을 다했던 결과였다. 평소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당장은 아니지만 삶의 결과가 달라지는 건 당연하다. 무슨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주어진 일을 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나는 멋진 상처를 갖고 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것이 내가 세상에 나오는 몸치장의 전부였다."라고 쓴 단편 <시골의사>에 나오는 글은 어쩌면 카프카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그는 자신이 입은 상처를 글을 쓰면서 치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끝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문학적으로도 미완성 작품이 남아 있는 등 아쉬운 부분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일상의 삶에서 영글어진 작품들이 지금까지 남아서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선한 영향력이다. 카프카의 글을 읽었다면 나도 달라져야 하지 않겠는가. 변화는 일상의 삶에 충실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바로 이곳에서,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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