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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Feb 26. 2023

마음을 비우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 손웅정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손홍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씨가 그의 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에서 한 말. “욕심 버리고 마음을 비워라. 마음을 비운 사람보다 무서운 사람은 없다.“ 그가 말하는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우리는 무엇을 하든 잘하려고 하고, 뭔가를 이루어내려는 '욕심'을 갖고 살아간다. 인간이라면 당연한 성정으로 욕심과 욕망이 없는 인간은 없다. 때로 욕심은 삶의 추동력으로 작용해 열심히 하려는 의지를 불러일으킨다. 문제는 욕심과 욕망이 지나치다 보면 너무 힘이 들어가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는 거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마음속에 있는 생각, 감정 등을 내려놓는 것, 특히 잘하고자 하는 뭔가를 이루고야 말겠다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수영을 잘하려면 몸에 힘을 빼야 하듯이, 결과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다. 욕심과 욕망이 내 삶을 지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나는 마음을 비운다는 의미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실천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고, 그들보다 못하면 분해하면서 더 잘하려고 애썼다. 그렇게 해서 뭔가를 성취하더라도 성취의 기쁨은 잠시, 남는 것은 공허함뿐이었다. 정작 비워야 할 마음은 비우지 못하고 다른 뭔가로 꽉 차 있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비움의 의미를 단순히 욕심을 버리는 것만으로 해석해선 뭔가 부족하다. 일종의 ‘포기’와 구분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비웠다고 하지만, 마음을 비운 건지 아니면 포기한 건지 불분명하다는 말이다. 비움과 포기 사이에서 비움의 의미를 더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비운다는 의미를 단순히 욕심과 욕망을 내려놓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나의 이익보다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잘 되도록 돕는 것까지 승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축구 선수를 예로 들면 골을 많이 넣는 선수보다는 어시스트를 잘해서 동료가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골을 넣으려고 집착하면 눈앞에 골만 보이고 주변 동료 선수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법, 그렇게 나 혼자 골을 넣으려고 하다가 골대 앞에서 소위 똥 볼을 차는 선수가 비일비재하다. 힘이 잔뜩 들어갔기 때문이다.


눈을 돌려 동료를 보고 어시스트를 하면 손쉽게 골을 넣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버려야 하고, 다른 사람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해 내가 존재한다는 생각까지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게 나도 살고 주변도 살릴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마음 비움'이란 이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특별한 결심이 없이는 될 수 없는 일, 그래서 마음을 비운 사람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 잃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을 빼면 오히려 힘이 생기는 법, 노자가 말한 '상선약수(上善若水), 최상의 선(善)은 물과 같다'도 같은 의미다.


물이 약하고 유해 보여도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동화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마음을 비운 사람의 삶이 그렇다. 마음을 비우지 않고는 흘러가는 물처럼 살 수 없다. 흐름을 거슬러 어떻게든 뭔가를 시도하려고 하다가 오히려 급류에 떠내려가고 만다.




"운동선수에게 승패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행복에 초점을 맞추고 보면 승패에 연연하는 마음을 초월할 수 있다. 오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해도 오늘 축구를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할 수 있는 선수. 오늘 경기가 잘 풀렸다면 그 행복감을 만끽하는 선수. 돈과 명예를 떠나 공을 찰 수 있음에 감사와 행복을 느끼는 선수. 멀리 봤을 때 나는 이것이 답이라 생각한다."



<손웅정 _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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