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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Mar 07. 2023

그때엔 그게 최선이었을 거야

윤대녕 / 남쪽 계단을 보라

"사람에겐 모두 감당할 수 있는 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야. 그래서 때로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지. 사람이 상처 한번 받지 않고 어떻게 살아가겠어. 다행히 그것도 길들이기에 따라서는 좋은 냄새가 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해. 그 사람의 숨결 속에서 말이야.


과거의 자신을 애써 부인하려고 하지 마. 그때엔 그게 아마도 최선이고 진실이었을 거야. 저 봐, 지금도 시간은 마라톤 선수처럼 우리 앞을 지나가고 있어. 느린 듯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굉장한 속도로 말이지. 이 순간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단 거야. 그러니 너무 과거에 대해 집착하지 마. 거꾸로 나이를 먹어 난쟁이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다면 말이지."




윤대녕 작가의 소설 <남쪽 계단을 보라>에 나오는 글이다. 과거에 좋지 않았던 기억을 곱씹다 보면 어느 순간 그 기억이 나를 지배하는 걸 느끼게 된다. 섭섭했던 일, 그리고 마음속 상처들. 평소엔 물 밑에 있다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 그게 전부인 것처럼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상처가 쉽게 낫지는 않겠지만, 일부러 떠올릴 필요는 없다. 마음에 생채기만 난다.


살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상처(흔적)는 남게 마련이다. 삶은 끊임없이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가는 과정이고 그건 피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문제는 상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치유해 가느냐에 달려 있다. 막상 내 일이 되면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서 노력이 필요하다.


남들보다 쉽게 상처받는 사람들도 있다. 고통스럽지만 감정이 살아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건강하다는 증거다. 김연수 작가도 이렇게 말했다. "가장 건강한 마음이란 쉽게 상처받는 마음이다. 세상의 기쁨과 고통에 민감할 때 우리는 가장 건강하다. 그 약한 마음을 통해 우리는 서로 하나가 된다."




"고뇌하지 마요.

가만 내버려 두어도 흘러가야 할 곳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갈 것이고,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사람에게 상처를 주어야 할 때는

상처를 주게 되는 법이니."  



<무라카미 하루키 _ 노르웨이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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