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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Mar 03. 2023

아름다움을 잃지 않으려면

도스토옙스키 / 죄와 벌

"늙어서도 해맑은 정신과 신선한 감수성, 마음의 정직하고 순수한 열정을 간직하고 있는 여자들은 거의 항상 그렇지 않은가. 내친김에 말하자면, 이런 것을 간직하는 것이야말로 늙어서도 미모를 잃지 않는 유일한 수단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 나오는 글이다.


세상 소문에 민감한 편은 아니지만 안팎으로 세상과 단절하고 살지 않는 한 시끄러운 소식을 듣지 않을 수 없다. 선명한 하늘 그리고 바람에 실려온 겨울 공기는 맑은데, 우리들은 왜 이렇게 시끄럽게 사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나를 지치게 하는 건 외부적인 상황이 아니다.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 자신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시끌벅적한 시장에 있어도 고요할 수 있고, 인적이 없는 첩첩산중에 있어도 소란스럽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언제나 세상이 문제가 아니라 내 중심, 내 마음이 문제다.


도스토옙스키의 말대로 나이가 들어서도 맑은 정신과 감수성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를 보면 온통 불평불만으로 가득 차 있는데 어떻게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지켜야 할 건 내 안에 간직한 내면의 풍경이다. 세상의 풍경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그리고 내가 보는 관점과 위치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내면의 풍경은 그렇지 않다. 어떤 풍경을 그릴 건지 전적으로 나한테 달려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내면의 풍경을 제대로 그려낸 사람만이 도스토옙스키의 말대로 늙어서도 미모를 잃지 않는, 정직하고 순수한 열정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움은 외모에 한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외모는 세월에 따라 풍화되어 점점 쇠락해 가지만 잘 가꾼 내면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빛난다.


나이가 들면 얼굴에 살아온 이력이 그대로 묻어난다고 한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며, 마음에 무엇을 간직하고 사느냐’가 얼굴에 드러나는 것이다. 선한 마음을 갖고 세상을 아름답게 보거나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과 세속적인 이해관계에 얽매여 자신의 잇속만을 추구하느라 주어진 하루하루의 삶을 소진하는 사람의 내면이 같을 수 없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고 간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각을 지배할 좋은 재료들을 마음에 담아야 한다.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외향적인 사람이라면 사람들을 만나거나 모임을 통해 좋은 자극을 받을 수 있고, 그렇지 않은 내향적인 사람은 책을 읽거나, 아름다운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들으며 세상을 보는 맑고 아름다운 시선을 가질 수 있다.


중요한 건, 내가 먼저 아름답고 좋은 사람이 되어야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모이고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거다.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세상에서 힌 줄기 빛이 될 것인가 아니면 분위기에 편승해서 세상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 것인가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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