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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입장 바꿔 생각해 본다는 것

by 서영수

입장과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해 보라는 말, 한자어로는 '역지사지(易地思之)', 상대가 내 마음을 몰라줄 때 종종 하는 말이다. 그 사람이 아닌데 그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평소에 연습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나는 책 읽기에서 그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고 그 마음을 헤아려보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경우를 많이 만난다. 잠시라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보는 것, 내 입장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 복잡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나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기도 하고.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책을 읽는 것이 좋다. 심리학, 철학과 관련된 책을 읽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문제는 그런 유의 책이 어렵다는 거다), 차선책으로 문학, 즉 소설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접하다 보면 '아,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거네~~' 하는 생각이 들면서 세상에 대한 이해가 좀 더 깊어질 수 있다. 그 폭이나 깊이만큼 성숙해진다고 나는 믿고 있다.


성숙해진다는 것은 세상에 부조리한 면이 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지금보다는 좀 더 따뜻하고 너그러운 시선과 태도를 갖는 것이다. 실수하거나 잘못한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언제든지 저 사람처럼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가끔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막무가내인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자기 말만 하는 꽉 막힌 사람들,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는가? 끊임없이 나를 무너뜨리고 다시 세우는 노력을 하지 않는 한, 나도 언제든지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어제도 나는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해가 되는 사람도 있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었다. 이해가 되는 사람을 보면서 동병상련의 아픔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보면서 측은지심이 생겼다.


오죽했으면 이랬을까?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모두 내가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나 평소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의 모습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간접 경험을 하다 보면, 인생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우리는 서서히 바뀔 것이다. 지금보다는 훨씬 성숙한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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