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영수 Feb 18. 2023

받아치지 말고 일단 수용해야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대화하는 방법

오랜만에 만난 친구나 지인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답답할 때가 종종 있다.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서로 공유할 화젯거리가 많지 않은 데다가 어렵게 꺼낸 말에 상대가 토를 달거나 급기야 반박까지 하면 무안해지면서 말문을 닫게 된다. 원래 생각이 다를 수도 있고, 세월 때문에 세상을 보는 눈이나 생각이 달라진 것도 이유일 수 있다.


혹시 대화 방법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아마 나도 누군가에게 비슷하게 말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편하다는 이유로 상대의 감정이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내 생각이 옳다고 우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는 나한테 문제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반대편 입장이 돼보고서야 비로소 '어, 이거 문제 있는데? 대화가 안 되네.'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소아정신과 지나영 교수는 이렇게 조언한다. '받아치지 말고 일단 수용하라'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하면 바로 받아치는 식으로 대화를 하는 반면 미국의 경우 대체로 일단은 상대의 말에 수긍을 해준다는 거다. 어떤 말을 해도 "그래?", "그렇구나"라고 맞장구를 쳐주면서 다음 대화를 이어가면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진다고 한다.


무슨 말을 했는데 돌아온 첫마디가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한다면 그 말을 한 상대가 자신의 생각을 가치 있게 여기지 않는다고 느껴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갈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한마디로 상대방의 말과 의견을 일단 존중해 주라는 게 핵심이다.


생각해 보니 일리가 있었다. 공부하다가 밤늦게 돌아온 아이가 "오늘 피곤해요."라고 하는데 "뭐가 피곤한데? 공부 열심히 안 한 거 아니야! “라고 말하면 받아치는 방식의 대화이고, "그렇게 피곤했어."라거나 "많이 피곤했구나. 공부하느라 많이 힘들었지."라고 아이가 했던 말을 비슷하게 다시 하거나 아이의 기분을 인정해 주면 수용하는 방식의 대화이다.


내 대화방식을 돌아보니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받아치는 식의 대화를 해왔다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친하다는 이유로, 늘 곁에 있다는 이유로 친구나 또는 가족들에게 감정적으로 말했다. 부끄러웠다. 가끔 왜 그렇게 툴툴거리냐고, 화난 거 아니냐고, 왜 검사처럼 추궁하느냐는 말을 듣곤 하는데 바로 이런 대화방식이 문제였던 것이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다. 상대에 대한 섭섭한 감정이 배어 있거나 직전에 기분 나쁜 말을 들은 적이 있으면 나도 감정적이 되어 말이 좋게 나오지 않았다. 피장파장도 아니고 상대가 그런다고 나까지 그러는 건 어른스럽지 못하다.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에게만 잘해주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까칠하게 대한다면 성숙한 모습과는 한참 거리가 먼 거다.


무엇보다 지나영 교수가 추천하는 대화방식에 익숙해지기 위해선 참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 상대가 말이 안 되는 말을 해도, 일단 지적하고 싶은 마음을 잠시 접어두어야 한다.


친하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통하거나 비슷하지 않더라도 서로의 취향과 정서를 존중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같이 있어도, 알고 지낸 지 오래되었어도, 정서적인 면에서 교감이 없거나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사라지면 서로 힘들어진다. 같이 있어도 여전히 외로운 것은 그 교감의 부재 때문인지 모르겠다. 우선 내 대화방법이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부터 돌아볼 일이다.


상대가 누구든, 어떤 말을 하든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거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무시하지 말고 상대의 입장에서 헤아려보는 것, 그게 배려고 공감이자 제대로 된 소통이다. 살다 보면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만날 때가 훨씬 더 많다. 그때마다 생각이 다르다고, 말도 안되는 말을 한다고 다툴 수는 없지 않은가.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이 위험에 빠지는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