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스스로의 한계를 알고 있는가?” 누가 묻는다면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자신의 한계를 알기도 어렵지만 뒤늦게 한계를 깨달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게 나의 또 다른 한계인지도 모르겠다.
한계를 깨닫게 될 때 누구나 절망하게 된다. 물론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 노력까지 폄하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나는 여기까지였다고 인정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할 수는 없다. 남보다 못난 것도 아니고 운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난 여기까지였던 거다. 그 한계를 인정해야 비로소 새로 시작할 수 있다. 한계가 스스로 만든 한계이든, 아니면 인간이 지닌 근원적인 한계이든,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 한계에 대해 생각하니 어디선가 본 이 글이 생각난다.
독일 유학 중인 학생이 학문의 어려움 등으로 실의와 좌절에 빠져 있자 그의 아내가 말했다. "만약 당신이 최선을 다했는데도 안된다면 그건 당신의 한계가 아니라 인간이 지닌 한계일 거예요. 난 당신을 믿어요!" 이제 교수인 그는 아내의 격려를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 그게 중요하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안된다면 안 되는 거다. 내가 말하는 한계는 그 최선의 범위에서 주어진 한계를 말한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나름 노력한다고 했지만 그게 최선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지나 놓고 보니 그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연수 작가가 그의 소설 <세계의 끝 여자친구> 머리말에서 한 말이다. 이 글로 위로를 얻을 수 있기를.
"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에 회의적이다.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네 마음을 내가 알아, 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네가 하는 말의 뜻도 모른다, 라고 해야 한다. 내가 희망을 느끼는 건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할 때이다. 우린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라는 게 존재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이 행위 자체가 우리의 인생을 살아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만든다. 그러므로 쉽게 위로하지 않는 대신에 쉽게 절망하지 않는 것, 그게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