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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Feb 25. 2023

환경을 바꿔보면 ㅡ 카페가 주는 효용

주말, 책을 읽기 위해 종종 집 근처 카페에 간다. 집에서 읽을 수도 있지만 왠지 분위기를 좀 바꿔보고 싶었다. 집중도 면에서 보자면 집만 한 곳이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조용함 때문에 오히려 집중이 안 될 때가 있다. 자꾸 딴생각을 하게 된다는 거다.


공부를 해야 하거나 절실하게 뭔가를 꼭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모를까 그런 것도 아니다 보니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 딴짓을 하게 된다.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로 다소 시끄럽긴 하지만 카페에 가서 책을 읽으면 집보다 훨씬 더 많이 읽었던 경험이 종종 있다.


카페에서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도 제법 있다. 나만 책을 읽는 게 아니니 마음이 편하다. 물론 그들이 모두 책을 읽는 건 아니다. 노트북이나 패드로 동영상을 보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는 사람도 많다. 이제는 카페에서 혼자 있는데 별로 어색하지 않아졌다.


무엇보다 최근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카페에 있을 수 있어서 좋다.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서도 얼마 전까지 마스크를 써야 했는데,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고 해도 나처럼 안경을 쓰는 사람은 무척 불편했다.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았으니, 잃고 나서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거랄까. 아무튼.




카페에서 책을 읽으면서 가끔 기분이 좋아질 때가 있다. 은은하게 풍겨오는 커피 향 그리고 적당한 소음, 듣기 편한 음악(스타벅스의 경우 재즈 음악을 많이 트는 편이다)까지 곁들여져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다. 적당한 소음은 오히려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글을 읽은 적도 있다. 일명 '백색 소음'의 효과.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밝은 표정이다. 그런 분위기가 전해져서 그런지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도 썩 시끄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옆자리에서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밝은 모습에서 나도 그들의 일원이 된듯한 착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어떤 정신의학과 교수는 카페가 주는 효용으로 이것을 들었다. 우울한 기분이 들면 카페에 가서 커피나 차를 한 잔 마시라는 것. 비록 일행이 없어도 다른 사람들 틈 속에 있으면 우울감이 한층 덜해진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굳이 카페를 가지 않아도, 사람들이 붐비는 거리를 걷거나 백화점 같은 쇼핑몰에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걸으니 건강에 좋고,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기분도 전환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을 보면서 때로 교훈도 얻고. 혼자 있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그렇게 사람들과 섞여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특히 주말에는.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다.




"잡음 역시 너를 만드는 거야. 잡음은 시끄럽지만 역시 들어두어야 할 때가 있는 거야. 네게는 소음으로밖에 들리지 않겠지만 이 잡음이 들리는 건 지금뿐이니까. 나중에 테이프를 되감아 들으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들리지 않아."


<온다 리쿠 ㅡ 밤의 피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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