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영수 Mar 31. 2023

달라질 건 없다? ㅡ 새로워지는 4월을 기대하며

오늘이 벌써 3월 마지막 날이네요. 내일이면 4월입니다. 3월은 어떻게 보냈는지요. 혹시 별 소득 없이 시간만 보낸 건 아닌가요? 제가 그랬습니다. 뭘 했는지 딱히 기억이 없습니다. 4월이 오면 달라질까요? 글쎄요. 제가 그대로인데요. 달라진다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요? 달라진다는 건 새로워지는 겁니다. 무엇보다 마음이 새로워지는 거지요. 세상을 보는 시선과 삶을 대하는 자세가 바뀌는 것입니다.


내 마음부터 새로워지지 않으면 계절이 바뀐 들, 달력이 다음 달로 넘어간들,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바쁘게 사는 것도,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세월이 가는 것도, 계절이 바뀌는 것도 모르고 산다면 그것만큼 서글픈 일도 없습니다.


지금 있는 게 영원한 것 같지만 우리에게 영원한 건 없습니다. 사랑도, 일도, 나도 모두 '순간'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내 마음에 담지 못하면 나는 없는 것입니다.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를 여전히 붙잡고 있거나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살기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짧습니다. 순간 순간이 쌓여 내가 되는 겁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경험이 많아지고 연륜이 깊어지는 거니 나쁘지 않은 것 같지만, 문제는 삶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에 감동하는 일이 점점 적어진다는 점에서 썩 유쾌한 일이 아닙니다. 새롭다는 생각이나 느낌이 없어지는 거지요. 나이가 든 만큼 세상 일에 무디어집니다.


달라지지 않는 나의 완고한 신념이나 태도가 문제입니다. 마치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다 경험한 것처럼 지레짐작하는 것도 문제지요. 시선이 고정되어 버리는 겁니다. 꼭 나이 탓만 할 수 없습니다. 겉모습은 젊지만 번아웃 등으로 마음이 늙어버린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3월이 가고 4월이 오는 게 의미를 갖기 어렵습니다.


이제 막 대학을 들어간 새내기 대학생들, 별일 아닌데도 웃고 즐거워합니다. 세상 모든 것이 새롭기 때문입니다. 뭘 해도, 뭘 봐도 즐거운 거지요. 호기심도 많구요. 세상이 새로워서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그들의 시선이 새롭기 때문입니다.


반면 나이 든 사람들은 얼굴부터 굳어 있습니다. 꽃이 피어도 아름답다고 느끼기는커녕 심드렁해 보입니다. 봄이 되면 늘 봐왔던 꽃인데, 이 봄이라고 새로울 게 뭐냐는 표정입니다. 슬픈 일입니다.


지금 이 순간 웃고, 즐거워하고, 감동하는 일이 적어졌다면 먼저 자신부터 돌아볼 일입니다. 자연의 변화에 따른 아름다움도 모를 정도로 삶에 무디어진 건 아닌지, 내 마음이 여전히 겨울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달라진다는 것은 그런 고민을 하는 지점에서부터 시작되는 겁니다.


너무 바빠서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구요? 베트남 출신의 승려 틱낫한은 말했습니다. "세상이 나를 괴롭힌다고 생각하세요? 내가 쉬면 세상도 쉽니다." 나를 둘러싼 세상이 참 바쁘게 돌아간다고 느낄 때, 한 번씩 멈추고 물어야 합니다. '지금 내 마음이 바쁜 것인가, 아니면 세상이 바쁜 것인가?'

* 삼성동 코엑스에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한 화단이 설치되었습니다. 산책을 하다가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튤립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피곤을 이기는 방법 ㅡ 단 5분만이라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