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영수 Apr 06. 2023

자신의 존재감을 지워버리기도

프리츠커상 수상 / 데이비드 치퍼필드

"재능 있는 건축가는 때때로 자신의 존재감을 지워버리기도 한다." 올해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에 대한 심사위원회 선정 이유 중에 하나. 세계 여러 도시에 있는 그의 건축물은 보자마자 그의 작품임을 알기 어려운 것은,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환경과 맥락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의 존재감이나 명성을 드러내려고 하는데 오히려 반대로 하다니, 거장의 명성은 스스로를 버리는 데 있었다. 버리면 얻는 것이다. 나는 어떤가? 버리기는커녕 더 가지려고 애쓰고 그러다 지쳐버리고. 가지고 있는 것마저 감당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악순환 속에 살고 있으니.



나를 버리는 것은 어렵다.



힘든 것은 상황이 아니라 여전히 나를 버리지 못하는 나 자신이다.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하기보다는, 내 이름과 같이 빛처럼 천천히 주변에 스며들어 그래서 내 주변을 더 빛나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상황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였다.



중국 송대의 문인 진덕수(眞德修, 1178 - 1235)는 그의 저서 <심경>에서 이렇게 말했다.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하면

스스로를 버리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달라질 건 없다? ㅡ 새로워지는 4월을 기대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