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영수 May 02. 2023

마음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인간이 우주 같은 존재라는 말, 이해하기 어려웠다. 광활한 우주와 지극히 작고 미미한 존재에 불과한 인간이 어떻게 같은 선상에서 비교될 수 있을까. 아마도 인간 개개인이 우주만큼 존엄한 존재임을 에둘러 표현한 것일 수도 있고, 우리 마음이 스스로도 알 수 없을 만큼 예측이 불가능해서 그런 말이 나왔을 수도 있겠다.


그렇게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 미묘한 인간의 마음을 보통 내공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선 다스리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언 역시 이렇게 말한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마음을 보살피고 지키는 것, 그게 제대로 사는 길이다. 나쁜 말과 생각, 끊임없는 자극을 피해야 한다. 그런데 마음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 마음이 진실한지 아닌지, 나를 생각하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림은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Johannes Vermeer, 1632 - 1675)의 걸작 <진주 귀고리 소녀>이다. '북유럽의 모나리자'라는 찬사를 받았는데, 나는 모나리자 보다 이 그림에 더 눈길이 간다.

아마 그녀의 눈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연약해 보이지만 선한 눈빛.... 무엇보다 맑고 빛나는 눈망울이 아름답다. 눈을 보면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눈에 마음이 담겨 있을 테니. 마음이 맑지 않고선 이런 눈을 가질 수가 없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어쩌면 마음을 지키고 다스리면 눈이 선해질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어도 어린아이와 같이 눈이 선한 사람들이 있다. 세파에 찌들다 보면 제일 먼저 어릴 적 그 눈빛을 잃게 되는 것 같다. 호기심 어린, 그래서 뭘 봐도 마냥 즐거웠던 그 눈 말이다.


나는 그래서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눈과 눈빛을 먼저 본다. 눈이 맑은지 눈빛이 부드럽고 따뜻한지를, 그 눈으로 무엇을 쫓고 있는지를. 이승우 작가도 <지상의 노래>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는 그때 알았다. 눈은 너무 순진해서 위장할 줄 모른다는 걸, 마음에 없는 말을 할 수도 있고 마음과 다른 표정을 지을 수도 있지만 마음과 다른 눈빛을 만들 수는 없다는 걸. 눈빛은 위장할 수 없고 다만 감출 수 있을 뿐이라는 걸."




작가의 이전글 살아 있다는 건 아름다운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