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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Apr 10. 2023

소박함이 세련된 삶의 시작

“모든 것을 포기해서라도 인생의 소박함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불행이 아니라 오히려 세련된 삶의 시작이다.”



영국 출신 사상가 윌리엄 모리스의 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박한 것보다는 화려한 것을, 남들이 주목하는 것을 갖고 싶어 합니다. 화려하고 멋진 삶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화려하고 눈에 보이는 것들에 주목하면 소박한 것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모든 것을 포기해서라도 인생의 소박함을 얻으라고 하니 모리스의 조언은 인간의 본능과는 맞지 않는, 현실 감각이 떨어져도 한참 떨어진 조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소박함을 얻으면 불행한 것이 아니라 세련된 삶을 사는 것이라는 말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그러기 위해선 '소박하다'와 '세련되다'는 의미부터 알아야 합니다.


'소박하다'는 '꾸밈이나 거짓이 없고 수수하다'는 뜻이고, '세련되다'는 일반적으로 '모습 따위가 말쑥하고 품위가 있다'는 뜻이지만, '서투르거나 어색한 것이 없이 능숙하게 잘 다듬어 있다'는 뜻도 있습니다.


뜻을 알고 나니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남들 보기에 화려한 삶을 살지 못하더라도 스스로에게 정직하다면, 어색하지 않고 능숙한 삶을 살 수 있으니 그것이 세련된 삶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화려한 삶을 살기 위해선 ㅡ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ㅡ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뭔가 우월하고 돋보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직해서는 화려해지기 어렵습니다. 더 나아가 온갖 거짓과 술수를 써서 화려함을 얻었다면 그 삶이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자신의 존재가 어색할 뿐만 아니라 병든 삶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삶은 오래가기 어렵습니다. 윌리엄 모리스는 외면보다는 실질을 본 것입니다.

지금 우리 앞에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을 지켜보면 윌리엄 모리스의 조언이 틀린 말이 아닙니다. 드라마 속의 인물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겉은 화려해 보이지만 속은 추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남들을 속이는 것도 부족해서 자신까지도 속이고 사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세련된 삶을 산다는 것은, 겉과 속이 일치하는 그래서 스스로에게도 당당한, 무엇보다 삶에서 우러나는 여유를 추구하는 조화로운 삶입니다. 그런 삶이 어색하지 않고 잘 다듬어진 삶입니다. 겉으로만 화려하고 거짓된 삶 속에 여유가 있을 수 없습니다. 가진 것을 지키려다 보니 늘 불안한 것이지요.


그렇다면 그의 조언대로 지금 갖고 있는 것을 포기해서라도 소박함을 얻을 필요는 충분합니다. 진정한 세련됨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 우리는 그것을 찾아야 하고 추구해야 한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박함을 얻는 것이 세련된 삶의 시작이라는 윌리엄 모리스의 말에 저는 동의합니다.


봄은 짧습니다. 기후 변화 때문인지 요즘은 그 기간이 떠 짧아졌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가 버립니다. 화려한 벚꽃에 취하다 보면 길모퉁이에 핀 이름 모를 들꽃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어쩌면 묵묵히, 소리 소문 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그 꽃들이야말로 이 봄의 진정한 주인공인지 모릅니다. 우리도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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