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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Apr 17. 2023

해석의 권리가 여전히 나한테 있다

지지난 토요일, 책을 읽다가 인왕산을 걸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파란 하늘. 귀에 익은 곡이 흘러나오고.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쓸쓸한 마음까지 지워진 것은 아니다. 애꿎은 날씨 탓만 하고 말았다. 하늘이 너무 맑아서 내 기분을 숨길 수 없었다고... 곧 마음을 고쳐먹고, 스스로에게 한 다짐.


끊임없이 포기하지 말고 해야 할 것 >>>


세상의 아름다움에 눈뜨고,

이에 대해 말하고 쓰는 것을 멈추지 않기.

“끔찍한 일들이 사람들에게 생기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무너지는 건 아니다. 왜 똑같은 일이 어떤 사람은 무너뜨리고 어떤 사람은 무너뜨리지 않는 걸까? 바로 의지의 문제다 ㅡ 양도할 수 없는 권리, 해석의 권리가 있다는 거야.”


니콜 크라우스의 <위대한 집>에서 읽은 문장.



우리는 힘들면 상황과 싸움을 벌인다. 상황과 다툰다고 하지만 결국 나 자신과 싸우는 것이다. 상황과 싸운다고 달라질 건 없다. 좋지 않은 상황도 삶의 한 부분으로, 거쳐야 할 과정으로 받아들이면 나 자신과도 좀 더 쉽게 화해할 수 있다.


불리한 환경이나 상황을 변수가 아닌 상수로 포용해 버리는 것이다.


내가 나를 무너뜨리지 않는 한, 그 누구도 나를 무너뜨릴 수 없다. 상황을 장악하고 있는 것도 바로 '나'다. 포기하지 않는 한, 다른 누구에게 넘기지 않는 한, 상황을 해석할 수 있는 권리가 여전히 나한테 있기 때문이다.




* Alice Sara Ott – Beethoven:

Piano Sonata No. 3 in C major, Op. 2 No. 3: II. Adag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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