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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May 03. 2023

답답하고 지루한 현실을 잊는 좋은 방법

イマセ / NIGHT DANCER

소위 'J-pop'은 잘 듣지 않는 장르입니다. 제가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일본 대중음악은 수입이 금지되어 있어 접하기도 어려웠고 당연히 듣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런 분위기 탓인지 그 시절을 살았던 우리 스스로도 일본 문화에 대한 일종의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그때는 자연스럽게 벌어졌습니다. 물론 과거 우리가 일본에 당했던 피해와 그들의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는 일입니다.


저는 그 시절 비록 학생 신분이었지만 일본이 아무리 미워도 문화적인 면에서까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문화와 예술은 흐름과 같은 것이어서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이 아니라고 같은 과 친구들과 언쟁을 벌인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하지만 그 시절을 살았던 다수의 사람들은 그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래놓고 뒤로는 몰래 해적판을 구해서 듣고, 그런 이중적인 모습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긴, 지금이라고 다를까요? 대상은 달라졌지만 편견과 선입견에 기인한 차별의식은 여전하고 위선적인 모습 또한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저는 그런 이유보다는 제 취향에 맞는 음악을 찾지 못해서 일본 대중음악을 듣지 못했습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있던 시절도 아니었으니, 일본 음악에 마땅히 접근할 방법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일본만큼 음악적으로 완성된 뮤지션이 많은 나라도 별로 없습니다.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행태는 문제가 많지만, 그래도 인정할 부분은 인정해야 합니다.  

일본 출신 싱어송라이터 '이마세(imase, イマセ)'의 <NIGHT DANCER> 몇 달 전 이 곡을 들었습니다. 첫 느낌은 나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귀에 쏙 들어오는 그런 곡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유의 음악을 자주 듣지 않아서 그런지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인스타그램 릴스나 유튜브 쇼츠 등을 통해 이 곡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이 늘면서 더 자주 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자꾸 들어서 그런 걸까요. 익숙해지더군요. 점점 좋아졌습니다. 일본어를 배운 적이 있어서 가사도 낯설지 않았습니다.  


편안한 분위기와 세련된 그루브로 젊은 층의 감성을 사로잡은 일본 시티 팝(city pop) 계열의 이 곡은 감각적인 배경음에 중독성이 있는 음률이 이마세의 보컬과 묘하게 조화를 이뤄 나름 감수성을 자극하는 곡입니다.


저는 이 곡에서 처음 이마세의 보컬이 흘러나오다가 잠깐 멈췄다가 배경음으로 치고 나오는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뭔가 마음을 톡 건드리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처음에는 보컬에 집중하겠지만, 나중에 배경음까지 염두에 두고 들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5월이 시작되었습니다. 슬럼프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음이 불편한 일이 있거나 혹은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다 보면 삶이 무료하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때로 음악을 통해 잠깐이나마 답답하고 지루한 현실을 잊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음식의 부패를 막고 오래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방부제이듯, 우리 삶에도 적당한 양의 방부제는 필요합니다. 각자 선택할 나름이지만 음악도 그 기능을 한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가치 판단의 축적이 인생을 만들어간다. 그건 사람에 따라 그림일 수도, 와인일 수도, 요리일 수도 있지만 내 경우는 음악이다. 그런 만큼 정말로 좋은 음악을 만났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살아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경험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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