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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May 05. 2023

모든 사람들이 다, 나를 좋아하게 할 수는 없다

글을 쓴다는 것

모든 사람들이 다 나를 좋아하진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다, 나를 좋아하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 역시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지 햇수로 3년째,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글 수도 400개가 훌쩍 넘었다. 여기에 올린 내 글을 관심 있게 읽었다면 내가 지향하는 바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을 테니, 성향에 따라 내가 쓴 글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웃 숫자는 꾸준히 늘어나는 편이나, 그 사람들 모두 내 글을 읽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글이 딱히 흥미를 끌거나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회 수로 미루어 짐작건대, 아마 극히 일부분의 사람들만이 읽지 않았을까 추측하고 있다.


처음에 브런치에 글을 쓸 때는 누구에게 보여줄 생각으로 쓴 것이 아니었다. 그때만 해도 다른 사람들이 내가 쓴 글을 읽을지조차 알지 못했다. 블로그에 쓴 글을 브런치에도 올리면서 마치 일기처럼 기록용으로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신경이 쓰였다.   


나름 최선을 다해 쓴다고 썼지만 몇몇 이웃을 빼고는 특별한 관심을 받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좀 더 열심히 써서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의 수를 지금보다 늘려야지, 하고 마음먹은 적도 있었다. 일종의 승부 근성?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어리석었고 쓸데없는 기대와 생각이었다.


이제는 안다.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사려고 애쓰는 게 얼마나 무의미하고 사람을 지치게 하는 일인지를. 부조리한 현실 앞에서 이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된 것임을. 지금은 딱히 그런 생각이 없다. 내가 글을 쓰는 목적도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블로그나 브런치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는 것 같다. 나도 지금은 더 이상 공직자가 아니고, 이제는 홍보가 필요한 직역의 법조인이 되었으니 언젠가 블로그나 브런치를 경제적인 목적을 위해 활용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글들을 보면 여전히 어색하고 심지어 불편하기도 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공개적으로 글을 쓰는 것에 회의가 들었던 적도 있었다. 그전에는 틈틈이 일기를 썼는데, 그 시절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지금도 내 글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가끔 혼란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결코 타협하거나 버릴 수 없는 신념 같은 것이 있다. 오랜 검사 생활을 그만두고 블로그에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던 2019년 9월 중순 어느 날, 그때 마음먹었던 ‘초심’이다.


무미건조한 때로 덧없이 흘러가는 내 삶에 무언가 흔적을 남기는 것, 뭔가 의미 있는 생각과 치열한 사유와 고민의 결과물을 눈에 보이는 글로 간직하는 것, 그래서 먼 훗날 이 시간을 돌아볼 때 내가 쓴 글들을 다시 보면서 지금 이 순간을 추억하는 것, 무엇보다 글쓰기를 통해 내 상처와 상실의 감정을 치유하고 나에게 주어진 삶을 끊임없이 성찰하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그 마음이 변치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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