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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May 09. 2023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은 여전했지만 맑았다

2023년 5월 8일

아침부터 맑고 화창했다. 이 세상 어딘가에 내가 알지 못하는 어둠이 있다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날이었다.


연휴 끝에 출근해서 그런지 모든 것이 낯설었다. 마치 한바탕 꿈을 꾸고 온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사무실에서 벗어나 잠시 주변을 걸었다. 출근 시간이 막 지나서 그런지 거리는 한산했다. 이 시간에 별다른 목적 없이 사무실 근처를 걷는 것은 거의 처음이었다.



지금보다 더 나에 대해서 깊이 골몰한 적이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어두웠던 시기였다. 자의 반 타의 반, 내 안으로 찾아들었던 나, 나 자신이 감옥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빛을 찾으려고 했으나 찾아지지 않았고, 생각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더 생각에 사로잡혔다. 내 안에 빛은 그렇게 찾아지는 것이 아니었다.


여러 날이 흘러 나에게서 벗어나자 비로소 어둠이 물러가고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사람에게도 어둠과 빛이 공존한다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지만 때로 선택당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나에게서 벗어나야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매이고 집착할수록 나만 더 힘들어진다는 것을.


완전히 벗어난 것은 물론 아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어둠 앞에서 방향을 잃고 헤매는 건 여전하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감당하기가 버겁고 여전히 내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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