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이었습니다. 차를 타고 가는데 휴대폰에서 알림 소리가 났습니다. 뭔가 하고 봤더니, 애플 뮤직(Apple Music)에서 새 앨범이 나왔다고 알려주는 소리였습니다. '윤하'의 새 앨범 <MINDSET>이 발매되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어제 5월 10일 18시가 정식 발매일이었고, 제가 퇴근하는 시간이 그 시간과 맞아떨어진 것이었습니다.
'윤하'는 뛰어난 피아노 실력을 갖춘 싱어송라이터로, 일본에서 먼저 데뷔한 후 우리나라에도 알려진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는 뮤지션입니다. 깨끗한 목소리와 파워풀한 가창력을 지닌 보컬리스트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호기심 반 기대 반,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들었습니다. 대체로 좋았습니다. 저는 특히 오늘 링크한 <스무살 어느 날>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곡을 듣다 보니, 제가 스무 살이었던 대학 신입생 시절, 무척 방황했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학교나 학과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아 불만이 가득하던 차에, 학내 분규까지 발생해서 입학한 후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습니다. 한동안 학교에 거의 가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그때 그냥 어딘가를 돌아다녔던 기억만 납니다. 학교에 자주 가지 않으니 당연히 제 소식을 알기 어려웠을 테고, 이런저런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사건은 저와 미팅을 했던 여학생이 저에게 쓴 수통의 편지를 학교로 보냈는데, 제가 아무 답장이 없자 학교에 연락해서 제가 학생이 맞는지 문의한 일입니다. 저는 졸지에 가짜 대학생이 된 셈이었습니다. 지금처럼 휴대폰이나 인터넷이 있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때는 그랬습니다. 편지도, 이메일이 아닌 종이에 수기로 써서 우편으로 보내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이 곡은 사랑과 이별에 대해 노래하고 있습니다. 한때 우리를 가슴 설레게 했고 가슴 아프게도 했던 주제입니다. 잠시 짬을 내 이 곡을 들으며 과거의 추억에 잠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 그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 곡을 듣고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는 것도 좋은 일일 것 같구요.
누군가와 처음 손을 잡았던 그날, 나란히 걸었던 순간, 설레고 선명한 그때, 세상이 다 눈부시고 순간이 영원 같았던 시간이 누구에게나 있었을 겁니다.
음악은 우리 마음을 풍요롭게 해줍니다. '윤하'라면 충분히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저와 연락이 끊어져 마음이 상했던 그 여학생이 제 글을 볼 일은 없겠지만, 이 자리를 빌려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 본의는 아니었으니까요.
사랑하는 마음이 꼭 같지는 않더라도
오늘 밤 내가 보는 이 달을
당신이 안 보고 있다고는 못하겠지
<미나모토노 사네아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