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fiane Pamart / Chicago
좀 더 선명하게 떠올리려고 조바심치면 칠수록 붙잡을 길 없이 희미해지는 불확실한 기억 속에서, 누군가와 처음 손을 잡았던 그날, 나란히 걸었던 시간,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순식간에 사라졌던 날카로운 첫 키스의 순간, 세상이 다 눈부시고 순간이 마치 영원 같았던 시간이 누구에게나 분명히 있었다.
그때 느꼈던 감정이 무엇이었을까? 사랑이었을까? 사랑이 무엇인지는 경험, 가치관, 세상을 보는 시선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오스왈드 챔버스는 심플하게 이렇게 정리했다. "사랑이란, 다른 사람보다 어떤 한 사람을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결국 그 사람이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 감정적으로 비교우위에 선다면 그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애초부터 비교 불가능한 것이었겠지만.
'Sofiane Pamart' 그는 프랑스 출신의 피아니스트로 클래식 피아노의 엘리트주의적 코드를 깨뜨렸다고 평가받는 아티스트이다. <Chicago>는 2019년도 발매된 앨범 <PLANET>에 수록된 곡이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바라고 있지만 그 실체를 알 수 없었던 무언가가 내 안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외로움일 수 있고, 그리움일 수 있고, 어떤 기대와 상실의 감정일 수도 있다. 선뜻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음악이 존재하는 이유인지도.
음악을 만든 사람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든, 곡이 연주되는 순간 해석은 언제나 듣는 사람의 몫이 된다. 음악에 최종적으로 어떤 색깔을 입힐지는 듣는 사람이 결정한다는 말이다. 음악을 듣는 순간, 내가 어떤 감정 상태에 있었는지에 따라 음악의 느낌이 달라진다. 어제 이 곡을 들을 때 나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리고 혹시 지금 이 곡을 듣고 있을지도 모를 그대 역시...
조선시대 선비 흠영 유만주의 일기(1786년 12월 20일)에서 그가 했던 말로 내 심정을 대신할 수 있을까? 그는 일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섣달 그믐밤도 그냥 밤일 따름인데, 이날 밤이 되면 문득 몹시 서글퍼집니다. 왠지 모르게 후회스럽고 왠지 모르게 안타깝습니다. 이날 밤에는 참으로 마음을 가누기 어렵습니다."
* 앨범에는 우리나라 서울에 대한 곡(Seoul)도 있다. 비교해서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곡과 관련된 공식 뮤직비디오도 있지만 일부 장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그런지는 링크를 열어보면 알 수 있다. 어쩌면 이게 외국인들이 보는 우리의 이미지인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