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야금술로 골라낸
기억을 믿으면서
누군가의 심장 속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덜컹덜컹
종점은 아직 멀었겠지?
그래도 꽃과 새처럼 아름답게 울고 헤어졌잖아
5분이나 10분 간격으로
질주와 정지를 반복하면서
영원을 껴안았지만 영원히 사라져버린 사랑이 있다
소녀는 이쪽으로, 소년은 저쪽으로 가고
서로를 잊었겠지
어른이 되어가면서 노인이 되어가면서
고독의 힘을 느끼면서 말이야
어렴풋한 영원을 지키려고
구름 위에 착지하는 법을 혼자 익히며
몇 년이 지났을까? 10년, 20년
아직도 서로를 잊고 있는 중이겠지
<박서영 _ 키스를 매달고 달리는 버스>
시인 박서영(1968 - 2018)의 시가 생각나는 밤. '나는 사랑했고 기꺼이 죽음으로 밤물결들이 써 내려갈 이야기를 남겼다'면서, 마지막 시집(연인들은 부지런히 서로를 잊으리라)을 발표하기 전 홀연히 떠난 시인, 그리고 지나가버린 사랑, 잊어야 하지만 잊히지 않는 그 무엇이 나를 붙잡고 놔두질 않았다.
자욱한 어둠... 자욱한 인생.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그 자욱함 속에 모든 것이 묻힐 것만 같은 밤이었다.
영원을 껴안았다고 믿었지만 오히려 영원히 사라져버린 사랑, 누구도 그런 사랑은 하고 싶지 않았겠지만, 사랑하는 순간에 어쩌면 이 사랑이 영원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여전히 잊으려고 잊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지만, 안타까운 심정 앞에 어떤 말도 힘을 잃고 말았다.
부디 그녀의 시처럼, 우리가 언젠가 그랬듯이 앞으로 또 언젠가 '당신을 만난 후부터 길은 휘어져, 오른쪽으로 가도 왼쪽으로 가도 당신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LANY의 'ILYSB'는 신선함이 살아서 꿈틀거리는 곡이다. 그들의 초창기 곡답게 별다른 기교 없이 리드 싱어 폴 클라인의 보컬과 피아노 반주, 간간이 등장하는 제이크 고스의 드럼이 어우러져 멋진 곡이 되었다.
곡 이름 'ILYSB'는 'I Love You So Bad'의 앞 글자. 오래전 이 곡을 듣고 기분이 좋아졌던 기억이 있다. 어제도 그러길 바랐지만, 안타까운 심정과 밤의 자욱함 속에 끝내 묻히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