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이별, 친구와 가족의 죽음처럼 피해 갈 수 없는 삶의 고비가 있다. 각자의 사연이 누가 주인공이랄 것도 없이 합류해 인생이라는 강을 이룬다. 강물 같은 인생은 특정인의 삶이 아니라는 점에서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의 것이다.
개는 스스로 운명을 바꾸지 못하지만 개 한 마리의 삶에는 그 개만이 지니는 찬란함이 있다. 마찬가지로 한 인간에게도 생명이 주어져 죽을 때까지, 그가 사는 시간 곳곳에 빛과 그림자가 있고, 그 빛과 그림자는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한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를 쓴 마쓰시에 마사시의 말입니다.
모든 것에는 양면이 존재합니다. 좋은 부분과 좋지 않은 부분이 혼재되어 있다는 것, 따라서 안 좋은 일이 일어났다고 너무 절망할 필요가 없고, 좋은 일이라고 호들갑 떨 이유도 없습니다. 문제는 언제나 동전의 한 면만 보고 그것이 모든 것인 양 지레짐작하고 스스로 무너지는 나 자신입니다.
움베르토 에코 또한 말했습니다. "모든 나무에는 벌레 먹은 자국이 있고, 모든 동전에는 양면이 있다는 점을 진작부터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리석은 자는 나중에야 깨닫고, 앞일은 아무도 모르는 법이라고 했다."
오늘 소개하는 곡은 우리에겐 속칭 '편리왕'이라고 불리는 노르웨이 출신 인디뮤직 듀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의 <Manhattan Skyline> 그들의 다른 노래가 그렇듯,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히기 좋은 곡입니다. 오랜만에 이 노래를 듣고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인간의 목소리가 이렇게 부드럽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저는 이 밴드의 음악 <Homesick>를 듣고 알게 되었습니다.
한 목소리로 거친 말을, 같은 목소리로 부드러운 음악과도 같은 말을 하는 것이 우리 인간입니다. 예측 불가능하고 변덕이 심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살다 보면 그런 상황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아름다운 음악이 탄생하기 위해 화음 외에 때로 불협화음도 필요하니까요. 불협화음이 존재해야 화음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 역시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일입니다.
가끔은 화음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소리를 듣고 싶을 때가, 동전의 한 면만을 보고 싶을 때가 있기도 합니다. 그러기엔 이 음악만 한 것이 있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