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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May 16. 2023

삶이 어째서 힘들고 어려운지 아무도 설명하지 않았다

"그녀는 여자 친구들과 삶에 대해 이야기했고 오랫동안 모든 일에 대해 이야기했으나 모두가 — 그녀 자신도 — 오로지 불평만 했고 삶이 어째서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지 아무도 설명하지 않았다."


아주 오래전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를 읽고 이 문장을 메모해 두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좀 힘들었나 보다. 하긴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면 힘들지 않았을 때가 있었던가 싶다.




‘힘들 때는 한없이 약해지라.’ 최근에 들었던 어느 심리학 교수의 말이다. 강해져도 시원찮을 판국에 약해지라니, 그것도 한없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도대체 무슨 뜻일까?


사실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이유는 각각 다르겠지만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고통이고 고생이다. 만약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뭔가 이 세계와 동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이거나 어쩌면 인간이 아닐지 모른다.


주변을 봐도 '힘들지 않아 보이는' 사람은 있을지언정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속 사정을 들여다보면 나름의 이유로, 저마다의 사연으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다. 돈이 많다고, 명예가 높다고, 학문적인 성취가 출중하다고 힘들지 않은 건 아니다.


외적인 요소가 갖춰져 있다고 내면까지 충만한 것은 아니다. 그런 것들로 마음이 다 채워지진 않는다. 오히려 그럴수록 더 허무해질 뿐. 그러니 모두가 힘들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내가 힘들면 당신도 힘들고 다른 사람들도 힘든 것이다.


다자이 오사무도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지만 무척 힘들었다. 오죽 힘들었으면 ‘인간 실격’이라는 자전소설을 쓰고 삶을 스스로 마감했겠는가. 언젠가 그는 소설을 쓰기 위해 조그마한 산촌 여관(하숙방보다 훨씬 더 싸구려 같고 쓸쓸한)에 투숙하며 이렇게 토로했다.


"하지만 이 슬픔도 내 숙명 속에 규정되어 있었던 거라고, 그럴싸하게 자신을 타이르면서 꾹 참고 이곳에서 일을 시작했다. (...) 자신의 고뇌에 미친 듯 휘둘려, 다른 사람 역시 간신히 살아가고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삶이 어째서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지 나는 모른다. 아마 죽을 때까지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이유는 끊임없이 찾아야겠지만 거기에 머물러 있지만은 않겠다고, 아예 힘들다는 사실부터 인정하고 들어가겠다고.   


우리 모두 힘들다는 것부터 인정하면 모든 문제에 좀 더 너그러워질 수 있다. 한계를 인정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에 대한 사랑이고 타인에 대한 공감과 포용의 시작이다.


그렇다면 힘든 건 그렇다고 쳐도 왜 약해져야 한다는 말인가? 오히려 강해지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먼저 약해지지 않으면, 무엇보다 약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나만 점점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분명히 나는 연약한 존재다. 강한 척한다고 강해지지 않는다. 이왕 약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바에는 한없이 약해져 보는 거다. 밑져야 본전 아닌가?


바닥까지 가야 다시 올라갈 수 있다. 어쩌면 약해지라는 말은 스스로에게 정직해지라는, 당신과 내가 밑바닥을 경험하고 그 의미를 맛보라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그곳에서 경험한 사실과 느낌을 토대로 새로 시작하라는 말일 게다.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약해지라는 말은 거칠고 험난한 이 삶에 중과부적(衆寡不敵)이었던 자신을 받아들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출발하라는 것이었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타협이 아니라 조금 더 강해지기 위한 출발점이다. 그러니 한없이 약해질 수 있기를!! 당장은 절망스럽더라도 그곳에서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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