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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May 19. 2023

우리는 왜 상상해야 하는가?

상상할 수 있다는 것, 그건 인간만의 특권이다. 우리는 왜 상상해야 하는가? 캐나다 출신 문학평론가 노드롭 프라이(Northrop Frye, 1912 - 1991)의 말이 이렇다.


"일상의 삶에서 상상력의 기본적인 역할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우리가 '살고 싶은' 사회를 꿈꾸도록 돕는 것이다."


상상력의 부재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어떻게 살고 싶다는 이상과 인간이라면 당연히 추구해야 할 가치로운 삶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꿈을 포기한다는 말과 진배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도 삶을 살고 있다. 아마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아니 받아들이려고 애쓸지 모른다. 애쓴다는 것은 내가 상상하고 기대하는 '뭔가'가 있다는 것이고, 내가 몸담고 있는 현실이 그 '뭔가'와 어긋나 있다는 말이다. 그 어긋난 간격만큼 애를 써야만 했다. 당연히 힘이 들 것이다.



그 '뭔가'는 아마 이런 것이 아닐까.



내가 꿈꿔왔고 상상했던 삶. 지금 살아내야 하는 삶이 아니라 '살고 싶은' 삶. 어떤가가 아니라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나의 지향과 방향. 우리는 그 지향과 방향을 찾아가기 위해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상상할 수 없으면 힘든 현실에 매몰되어 삶을 되는 대로 살아갈지도 모른다. 생각하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그것만큼 위험하고 비참한 일도 없다.


생각해 보면, 어느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상상하지 않게 되었다. 상상해 봤자 어차피 이루기 어렵다는 지레짐작에, 그래봤자 나만 더 힘들어질 뿐이라는 어설픈 체념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상상의 반대말은 자각된 '현실'이 아니라 섣부른 '포기'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 순화되어 간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그게 살아 있는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이라면 당연히 품어야 할 가치와 이상을 버리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삶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 역시 '상상'이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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