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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May 18. 2023

무엇보다 견뎌내세요

크레이그 그로쉘(Craig Groeschel)의 <더 나은 선택>에 나오는 이야기. 아마 그도 어디에선가 들었던 이야기일 것이다.




결혼 48년을 맞이한 어느 노부인이 말했다.

“당신이 묻지 않았지만

행복한 결혼생활 비법을 알려드리지요.”

귀담아들으려고 노부인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무엇보다 견뎌내세요.

떠나는 게 쉬울 때

곁에 머물기로 선택하는 거예요.”




참는 게 어려웠던 때가 있었다. 그냥 넘길 일도 넘어가지 못하고 혈기를 부렸다. 나만 옳다고 생각했던 거다. 내 일도 아닌 남의 일에 괜히 흥분한 적도 있었다. "그럼 너는?" 이 말 앞에 나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내가 비난했던 그들이나 나나 다를 바 없었는데도, 아주 자주 내 손가락은 남을 향했다. 오지랖도 그런 오지랖이 없었다. 내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면서 말이다.


후회는 오롯이 나의 몫으로 남았다. 지금은 그때보다 나아졌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다.   


견딘다는 것, 힘든 일이다. 무엇을 성취해서 얻는 행복은 잠시지만 오랜 세월을 견뎌낸 후에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기쁨은 영원하다. 우리가 끝에 가지고 갈 것은 그 마음의 상태, 태도, 삶의 자세이다. 평안은 바로 그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나는 생의 마지막 순간 무엇을 가지고 갈 것인가?' 아니, 이 질문은 이렇게 바꾸어야 할 것 같다. 나는 살면서 얼마나 참았는가? '나는 무엇을 주고 갈 것인가?' 오늘도 나는 나 자신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보토 슈트라우스(Botho Strauß)는 그의 책 <커플들, 행인들>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다림이 남김없이 사라질 때에야 비로소 절대적인 한가로움, 자유로운 시간이 시작된다."


기다린다는 건 나를 견디는 일이다. 부디 그 기다림의 시간이 남김없이 사라질 때가 오기를. 그래서 삶의 질곡(桎梏)과 불손한 나 자신으로부터 절대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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