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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l 25. 2021

책읽기의어려움

헤럴드 블룸/ 교양인의책읽기

이해하기 어려운 책을 읽고 있다.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읽다가 내려놓고 다시 읽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하루가 더 길게 느껴진다. 설날 연휴에 나는 왜 이런 책을 읽고 있을까. 왜 이렇게 심각하지, 작가가 말하려는 건 도대체 뭔가? 하면서 읽던 책을 다시 덮었다. 마치 내 의지를 시험하는 것만 같다.



나한테 맞는 것만 할 수 없듯이 독서도 마찬가지다. 보기 좋고, 읽기 쉬운 책만 읽을 수 없다. 책을 계속 읽을지 갈등한다면 오히려 제대로 읽고 있다는 증거다. 생각 없이 읽으면 그때뿐, 오래 남지 않는다. 세상 이치가 그렇듯.



작가의 고민이 느껴져야 한다. ‘왜?’를 물어보는 것은 때로 고통이다. 쉽게 답을 찾을 수 없을 때 그 질문이 나오기 때문이다. 고통 없이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책을 덮고 잠깐 생각한다. 살면서 드는 의문은 삶에는 질문만 있고 답은 없다는 거다. 왜 살아야 하지?부터 생의 의미는 무엇일까? 까지 그런 질문이 진부하게 느껴지는 건 어차피 답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회피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럼에도 우린 질문해야 하고, 그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그게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여라. 말이 길어지면 변명으로 흐르기 쉽듯이, 생각이 지나치면 순간을 놓칠 수 있다. 짧게 그리고 온몸으로 받아들여라.’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다. 그러면 이상하게 덜 힘들어진다. 오늘 책을 읽으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다. 일단 그냥 읽어보자. 부분만 보니 전체가 보이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애써 자위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힘든 건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어려운 책을 읽으면서 책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책을 읽는 내 자세부터 먼저 고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 역시 내 문제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삶의 여백으로 삼는다면 그 시간은 헛되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일부러 외롭게 살 필요는 없다. 어쩔 수 없이 외롭게 살아야 한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독서는 자아를 분열시킨다. 즉 자아의 상당 부분이 독서와 함께 산산이 흩어진다. 이는 결코 슬퍼할 일이 아니다.”


<해럴드 블룸, 교양인의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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