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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n 10. 2023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

더숲 초소책방

얼마 전 날이 선명한 날, 여느 때처럼 나는 인왕산 둘레길을 걸었다. 매일 가는 길, 딱히 변한 게 없으니 더더구나 새로울 것이 없었다. 길을 걷다가 도대체 무엇이 새로운 것인가? 스스로에게 물었다. 환경이나 사람들에게서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하면 백발백중 실패, 새로움은 내 마음에서 찾아야 하는 거였다. 내가 새로워져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멋진 장소에 가도 그 풍경을 보는 내 마음이 중요하다. 만리장성이나 성 베드로 성당 같은 웅장한 건축물이나 스위스 루체른 호수 같은 아름다운 장소에서도 시큰둥해질 수 있고, 별게 아닌 우리나라 허름한 뒷골목에서도 아름다운 손길을 느낄 수 있다.

벌써 2년 전, 인왕산 초소가 북카페로 바뀌었다. 청와대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초소 그러나 지금은 방치된 이곳을 지나갈 때마다 역사의 쇠락을 느끼곤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공사를 다시 하더니 근사한 책방으로 탈바꿈했다. 이름하여 '더숲 초소책방' 매일매일 그 과정을 지켜본 사람 입장에서 책방을 지날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  


이 카페의 핵심은 전망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2층으로 올라가면 멀리 서울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이 펼쳐진다. 남산 정도를 빼고는 서울 한복판에서 서울 중심가를 볼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특히 초봄이나 선선한 가을 초입에 가면 파랗게 맑은 하늘과 어우러지는 풍광이 무척 수려하다.


나도 이곳에 다다를 정도가 되면, 어느덧 마음이 변해 새로워진다. 묵었던 감정은 저 밑에 내려놓고 산중에선 신록과 나무들 사이에 섞여 어느덧 마음이 순화되는 것을 느끼곤 하는 것이다.


그때 다시 깨닫는다. 역시 내 마음과 세상을 보는 내 시선이 중요하다고. 나의 몫은 언제나 이 찰나의 순간을 잘 기억하는 것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어떤 풍경, 장면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 그건 삶을 한 뼘 더 풍요롭게 하는 힘이다. 그때 비로소 풍경은 내 삶의 일부분이 된다. 아름다운 풍광과 자연이 주는 진정한 치유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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