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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n 13. 2023

사랑의 양면성 ㅡ 감성과 이성의 조화

나는 사랑에는 두 가지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어야 유지될 수 있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다. 감성적인 면과 이성적인 면이다. 감성적인 면은 대개 첫 순간에 느끼는 감(感), 느낌이다. 그를 향한 열정이고 그가 좋다는 감정, 호감이다. 첫눈에 반했다는 말이 있는데 그때 반했다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렇게 사랑은 시작된다. 따라서 처음 만나 그에게 어떤 열정이나 좋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면 사랑은 시작되기 어렵다.


이성적인 면은, 사랑하는 사람과 계속 사랑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이다. 믿음과 신뢰, 책임 그리고 존중과 배려이다. 첫 느낌만으로 사랑은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 사람의 감정은 쉽게 변하고 서로에게 익숙해지면 싫증이 나기 때문에 아무리 상대가 좋아도 그 시간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만나는 시간이 늘수록 처음 느꼈던 매력이 어느 순간 꼴도 보기 싫은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외모만 보고 좋아진 사람들이 나중에 쉽게 싫증을 내고 떠나는 건 그런 이유이다. 결혼해서 얼마 살지 않았는데 못 살겠다고 이혼하는 사람들도 다르지 않다.


이때 필요한 것이 사랑의 이성적인 면, 그를 향한 믿음과 책임, 존중 그리고 인내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믿는 것이고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책임지는 것이고,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며, 사랑하기 때문에 끝까지 참는 것이다.


상대에 대한 열정이나 좋다는 느낌이 없이 책임과 의무만 강조하면 억지에 불과하다. 이성적인 면 역시 감성적인 면이 뒷받침되어야 공허해지지 않을 수 있다.




사랑은 감성적인 면이나 이성적인 면, 어느 한 면으로는 유지되지 않는다. 둘 사이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사랑이 완성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먼저라고 할 수도 없다. 대개 감성적인 면으로 시작되지만, 경우에 따라 이성적인 면으로 시작된 관계 속에서 감성적인 면이 싹트기도 한다.


백년해로하는 부부들을 보면, 살면서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었다고 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의미이다. '고운 정'으로 '미운 정'이 주는 한때의 괴로움을 잊는 것이고, 때로 '고운 정'으로 인한 집착을 ‘미운 정’이 제어해 주는 것이다. 오묘한 사랑의 힘이다.

Gustav Klimt ㅡ Liebespaar(Kuss), 1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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