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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n 11. 2023

문제가 생겼을 때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 하는 것

몸이 아프거나 마음먹은 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가 누구에게나 있다. 피하고 싶은 순간이지만, 그 시간만큼 자신에 대해 가장 잘 알게 되는 때도 없다.


나는 나에게 닥쳐온 위기, 특히 고난의 시간이 주는 어려움을 통해 나라는 사람의 본질과 실체를 알게 되었다. 그동안 쌓아온 것이 실은 허상이었음을. 나는 조그만 위기에도 언제든지 넘어질 수 있는 연약한 존재였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던 거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삶은 정직하다. 반면에 나는 아픔과 상처가 있는데도 남들에게 강한 척, 안 그런 척하며 살았다. 위선도 그런 위선이 없었다. 나의 본모습이 아니었다.


평소에는 어찌어찌 살아도 문제만 생기면 그 문제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하는, 문제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문제를 회피하거나 없었던 것처럼 보이려고 애썼을 뿐이다. 지난 시절의 나를 돌아보면 부끄럽다.


제대로 살았다고 할 수 없었다.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도 아닌데 여전히 문제를 외면하고. 그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면 심각한 일이 생겨도 남의 일처럼 심드렁해지고 만다. 삶이 던져주는 문제를 풀기도 힘든데, 그런 나 자신을 보는 것도 힘들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오랜 시간, 문제와 싸웠지만 해결 방법을 딱히 찾지 못했다. 이미 지나간 일, 타임 슬립(Time slip)해서 다시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이젠 문제가 담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만 남았다. 원망과 불평이 나온다는 것은 여전히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 더 이상 지금 이 순간을 그렇게 보낼 수 없었다.


‘삶에 정직해지기 위해서는 만신창이가 된 너의 현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지금부터라도 어떻게 하면 지난날에 범했던 오류와 실수에서 벗어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것인지 숙고하라고. 상황은 마음대로 할 수 없어도 상황에 대한 해석은 여전히 너의 몫이 아니냐'고 내면의 목소리는 나에게 타이르고 있었다.   


삶을 주체적으로 산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일 게다. 내가 직접 결정한 삶, ㅡ 물론 선택된 상황이 훨씬 더 많았지만 ㅡ 어떤 결과가 되었든 받아들이고 이제부터라도 매 순간 제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과거에 집착하는 것은 이젠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삶에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것이다.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과 염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만을 살 수 있다. 과거나 미래는 생각이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시간이다. 폴 오스터도 <환상의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곤란한 문제를 얼마나 잘 피하느냐가 아니라 그런 문제가 생겼을 때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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