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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n 17. 2023

무엇이 좋은지 알지 못한다는 것

며칠 전 비가 오더니 요즘 다시 화창하다.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바람결에 불어오는 공기도 한결 가볍다. 인간이 흐려놓은 하늘을 비가 맑게 씻어낸 것이다. 비가 오면 근심하나 비가 그치면 더 이상 비 올 때를 기억하지 않는다. 그런 면을 보면 인간은 현재만 사는 것이 분명하다.   


세상에 유익하지 않은 게 있을까? 우리는 자신의 생각과 경험으로 유무익을 따지지만 얼마나 맞을지 의문이다. 잠시 기다리면 다시 화창해지는데 우리는 그 순간을 참지 못한다.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 우리가 살았던 인생이다.


톨스토이(Leo Tolstoy)는 그의 책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에서 이렇게 말했다. "삶의 아름다움은 미래를 위해 무엇이 좋을지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지금 이 순간의 중요성, 삶의 우연성을 강조한 말이겠다. 미래는 알 수 없고 과거는 지나갔으니 나한테 주어진 이 시간만이 온전한 내 시간이다. 아름다움을 찾는다면 지금 여기서 찾아야 한다. 현재는 살아내야 할 짐이기도 하지만, 그 짐도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가볍게 만들 수 있다.


빛이 빛일 수 있으려면 어둠이 있어야 한다. 어둠이 빛에게는 필요한 존재다. 더 중요한 건, 사라지지 않는, 어둠이 침범할 수 없는 빛을 마음에 담는 거다. 그건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내가 살아 있는 한 사라지지 않을 빛일 것이다. 나에게 그런 빛이 있을까. 그 빛이 이미 사라진 것이 아닐까. 며칠 전부터 스스로에게 묻고 있는 질문이다.

"겨울이 그러하듯, 여름도 다시 오게 마련이다. 나는 밑바닥으로 굴러 떨어졌을 때조차도 좋아진 때를 상상하는 법을 배웠고, 그 소중한 능력은 악마적인 어둠 속을 한낮의 햇살처럼 파고든다."


<앤드루 솔로몬 _ 한낮의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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