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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l 08. 2023

기분 좋았던 순간을 떠올려보면 행복해진다

매일 잠들기 전에 그날 하루 좋았던 순간이나 기분 좋았던 일이 무엇인지 떠올려 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기분 좋았던 기억이 행복감을 높이고, 자면서 그 감정을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기억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이겨내라는 뜻이기도 하다.


기분 좋았던 일이나 순간이 없었다면? 하루 동안 일어난 모든 순간을 다 기억할 수 없다. 잠들 무렵, 하루를 돌아보면 딱히 좋았던 순간이 떠오르지 않는다. 특별한 일 없이 어제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거나, 혹여 좋았던 순간이 있더라도 어떤 불쾌한 감정 때문에 그 순간이 곧 기억에서 사라졌을 수도 있다. 당연히 하루 종일 기분 좋았던 일이 없는 것 같다.


정말 그런 것일까? 아니면 평소 부정적인 생각이나 기분을 좋게 가지려는 생각이 없어서 좋은 일이 있어도 별게 아니라고 무시하거나 특별한 의미 없이 흘려보낸 것이 아닐까?


어제, 자기 전에 가만히 생각해 봤다. 하루 동안 무엇이 나를 기분 좋게 했었는지를. 딱히 떠오르는 기억이 없다. 아무리 기억하려고 애써봐도 소용이 없었다. 역시 그 말은 이론에 불과한 거라고 무시하려다가, 기분 좋은 일이 없었다고 해도 내가 무엇을 했을 때 마음이 편했는지는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없지는 않았다. 당장 내 인생이 흔들릴 정도로 어려운 일이 없었고 모든 것이 어제와 다를 바 없이 평온했던 하루, 대부분이 나쁘지 않았는데도 내 생각만 별로였던 거다. 내 생각만 오락가락했을 뿐이다. 나쁘지 않았으면, 그저 무탈했으면 좋은 거라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적극적으로 나를 기분 좋게 했던 순간도 없진 않았다. 늦은 밤 또는 새벽, 정신을 가다듬어 글을 쓸 때 그 시간은 누구의 방해도 없이 오로지 나만의 시간이다. 글을 쓰기 위해 집중해야 하니 잡생각도 나지 않는다.


적절한 표현을 위해 문장을 고르고 다듬다 보면 어느 순간 나 자신도 정돈되었다. 아무것도 없었던 컴퓨터의 화면을 깨알 같은 글씨로 채워가면서 뭔가를 만들었다는 뿌듯함도 남았다. 그 생각과 느낌을 가슴에 품고 잠들었다. 오늘 아침이 개운했다. 역시 틀린 말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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