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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l 11. 2023

좋은 날도 나쁜 날도 있지만 계속 쓴다

블로그나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써왔고 쓰고 있다. 최근에는 거의 매일, 쉬지 않고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읽었던 책에 대해 쓰기도 했고, 일상에서 느낀 소소한 감상을 올리기도 했다.


꾸준한 것에 비해 내가 쓴 글이 과연 읽을 만한 글인지 자신하지 못한다. 세상 경험이 일천(日淺)하고 생각이 깊지 못해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쓰기도 했다. 논리의 비약이 있었고 문맥도 여전히 어수선하다. 어떤 글은 다시 읽어보면 낯이 뜨거워 끝까지 읽을 수도 없다. 글을 쓰는 것은 좋은 일이나 제대로 된 글을 쓰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글을 쓸 때마다 깨닫는다.




미국 작가 메이슨 커리는 『예술하는 습관』에서 영국 작가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1882 - 1941)의 작업 방식에 대해 이렇게 소개한다.


“‘좋은 날도, 나쁜 날도 있지만 계속 글을 쓴다.’ 버지니아 울프는 1936년 자신의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나처럼 글쓰기로 고통받는 사람은 거의 없을 수도 있다. 아마 그런 사람은 플로베르Flaubert밖에 없을 거다.' 울프는 플로베르처럼 규칙적이고 질서 정연한 집필 습관을 유지했다. 거의 평생 동안 아침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매일 글을 썼다. 진행 상황을 매일 일기에 기록했고, 생산적으로 일하지 못한 날에는 자신을 채찍질했다."


20세기가 낳은 모더니즘 작가이자 의식의 흐름을 활용한 서술의 선구자로 알려진 버지니아 울프조차도 매일 꾸준히 시간을 정해놓고 썼다고 하니, 놀라웠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그랬다. 그들이라고 항상 글이 마음먹은 대로 써지지 않았을 것이다.


뭘 쓸까 끊임없이 고민했고, 글이 제대로 써지지 않아 삶이 버겁기도 했으며, 지쳐서 더 이상 쓸 힘이 없었던 작가도 있었다. 그 힘든 과정이 오롯이 문장이 되어 책으로 남았다. 읽는 사람들은 감탄했지만 그 글을 쓴 그들이 볼 때 여전히 부족한 글이었을 것이다. 작가라고 해도 제대로 된 글을 쓰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던 거다.


꾸준한 것을 이기는 것은 없다. 울프의 고백처럼 좋은 날에도 나쁜 날에도 계속 쓰는 성실함이 중요하다. 그렇게 성실한 자세로 쓰다 보면 언젠가 작가까지는 아니지만 뭔가 성취하는 것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나는 믿고 있다. 중요한 건 그 꾸준함을 얼마나 유지하느냐이겠지만. 버지니아 울프는 말한다.


"시간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한 사람의 얼굴을 바꿔놓듯이 습관은 인생의 얼굴을 점차적으로 바꿔놓는다."


어떤 날은 쓸 말이 없거나 마음에 담긴 여러 생각들을 도저히 글로 옮길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런 날도 꾸역꾸역 써보지만 영 개운하지 않다. 오늘 쓰는 글이 그랬다. 흐린 하늘처럼 기분도 먹구름으로 가득 찬 하루, 그럼에도 이렇게 글로 남기는 건, 언젠가 이 글을 읽고 나 자신에 대한 경계로 삼고자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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