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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l 15. 2023

장마 기간을 잘 보내는 방법

비가 세차게 내리는 어제 오후, 여름이 비와 함께 지나가고 있었다. 사무실 창밖으로 비는 하염없이 내리고, 며칠째 이어진 비로 세상이 온통 빗물에 잠길 것만 같은 하루였다. 해는 이미 빛을 잃어 뿌연 연무 속으로 숨어버렸고 하늘과 땅이 마치 하나의 혼돈 속에 있는 것만 같았다.


모든 것이 정지된 것 같은, 뒤로도 앞으로도 나갈 수 없는 어떤 미로 속에 갇힌 느낌이다. 며칠째 해를 보지 못하니 우울했다. 우울감을 어떻게 떨쳐낼 수 있을까? 손보경 인제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렇게 조언한다.


"사람은 24시간의 일주기 리듬에 따라 활동하며, 눈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양에 따라 생체 리듬이 달라지는데, 빛의 양이 감소하는 밤에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증가한다. 일조량이 줄어드는 겨울이나 장마 시즌에도 멜라토닌 분비량이 늘어나면서 기분이 가라앉거나 잠이 쏟아질 수 있다.


특히 장마 기간에는 별일 아닌 것으로도 가족이나 연인, 친구 간에 다툼이 늘어날 수 있다. 가벼운 우울감을 이겨내는 데는 규칙적인 생활, 즉 일정한 시간에 기상하고 낮잠은 되도록 피하며 낮에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흐리고 비가 오면 우울한 사람들이 늘어난다더니 맞는 말이다. 실내에서라도 자주 움직이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고 규칙적인 생활로 우울감을 떨쳐내는 수밖에 없다. '집중, 규칙적인 생활 등등' 말이 쉽지 실천하기가 쉬운 건 아니지만 딱히 그 방법 외에는 마땅한 수단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비가 와서 활동량이 줄어서 그런지 생각이 많아졌다. 지나간 시간들과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쓸데없는 생각에 빠졌다. 과거에 연연하거나 미래를 염려하기 전에 마음의 평정, 즉 항상심(恒常心)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흔들리지 않고 한결같은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지 도무지 종잡기 어려웠다.  


나름 마음을 정리했다. ‘평정을 찾기 위해서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상황에 집중해야 한다고. 이미 지나간 일에서 그만 벗어나야 한다고.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도 내려놓아야 한다고. 내 힘으로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것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무엇보다 마음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현재뿐이니 지금을 충실히 사는 것만이 집착과 불안에서 벗어나 평안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다. 책을 읽을 때는 책에만, 밥을 먹을 때는 먹는 것에만, 일을 할 때는 일만, 글을 쓸 때는 글 쓰는 것에만.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글을 쓰면서 다짐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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