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가끔 들르는 식당이 있다. 팬케이크와 와플을 먹는 곳이다. 미국에서 로스쿨을 다닐 때 자주 먹던 음식인데, 막상 우리나라에선 팬케이크를 먹을 만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갓 구워낸 따뜻한 팬케이크에 단풍시럽을 듬뿍 적셔서 먹으면 맛이 환상이다. 와플도 부드러운 버터를 얹어서 먹으면 역시 맛이 끝내준다. 잘 구운 와플은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부드럽다. '아, 나도 이래야 하는데!' 와플을 먹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가끔은 이걸 식사 대용으로 먹어야 하는지 아니면 식후 디저트로 먹어야 하는지 헷갈린다. 디저트로 먹자니 헤비하고, 밥 대신 먹자니 뭔가 아쉽고. 애매하다. 둘 다 해봤는데, 디저트로 먹으면 많이 먹지도 못할뿐더러 먹고 나서도 힘들다. 먹을 때는 모른다. 달콤한 맛에 중독되어 포크질을 멈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이 탓인지 뭘 먹어도 예전 같지 않다. 먹고 나서도 부담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적당히 먹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데, 그 적당한 선이 어디까지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선을 지키는 것이 좋다. 건강만 따진다면 팬케이크와 와플은 건강의 적일 수 있다. 다이어트의 적이라는 탄수화물 덩어리니, 굳이 끊을 수 없다면 밥 대신 가볍게 먹는 것이 좋다.
식탐 때문인지 적당한 선에서 멈추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먹는 걸 보면 평소 생활태도를 알 수 있다고 하는데 먹는 것도 전투적이었다. 매사에 열심히 사는 것은 바람직한 삶의 자세이고 때로 필요하나, 의욕이 지나치면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먹는 것도 다르지 않다. 늘 고민하는 것은 나를 어떻게 하면 컨트롤할 수 있을까이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들른 팬케이크 식당에서 오늘은 자제해야지 하면서도 음식 앞에서 무너지는 나를 보면서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노력 자체를 포기할 수도 없고. 그나저나 그날 먹었던 팬케이크와 오믈렛은 참 맛있었다.
장마 기간, 자칫 집에만 있다 보면 기분이 처질 수 있다. 달콤한 걸 먹으면 우울감이 해소되고 기분이 나아지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먹으면 금상첨화다. 팬케이크와 와플을 먹을 상황이 아니라면, 아이스크림이나 팥빙수를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때만큼은 다이어트는 접어야겠지만. 주말이니까, 자신을 잠시 놓아줄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