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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l 09. 2023

온전히 나일 수 있는 곳 ㅡ Alonica, LANY

이틀 전(7. 7) 발표된 LANY의 <Alonica> 리드 싱어 폴 제이슨 클라인의 평소 음악적 스타일에 충실한 곡이다. 지금까지 LANY의 곡을 좋아한다면 이 곡도 좋아할 것이 분명하다. 이 곡 역시 그들의 다른 곡들과 마찬가지로 부드럽다. 감미로운 그의 보컬 역시 여전하고.


이제 LANY는 자신들만의 음악을 완성한 듯하다. 왠지 그 노래가 그 노래 같은 느낌이 들고 변화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일관된 스타일도 나쁘지 않다. 물론 진부해지면 안 되겠지만. 그것도 나의 섣부른 판단이 아니겠는가.  

노래 제목인 'Alonica'는 무엇일까? 사전에 나오지도 않고, 특정 지역의 이름 같지도 않은데? 그는 말한다. 온전히 나일 수 있는 곳, 나 자신으로 충분한 곳이라고. 그런 곳이 있을까? 잘 모르겠다. 어디에 가야 온전히 나로 존재할 수 있을지, 나 자신만으로도 충분한 곳이 있다면 당장이라고 달려가고 싶지만 쉽게 찾아질 것 같지 않다.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그의 모습처럼 인적이 드문 한적한 해변가를 홀로 거닐면 그런 느낌이 들까. 사실 장소의 문제는 아니다. 플로리다의 아름다운 해변이나 수풀이 우거진 산속에 있다고 해서 온전히 나일 수 없다. 내가 나라는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는 곳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모든 곳이 그곳이 될 수 있다.


시끄러운 서울이나 뉴욕 같은 대도시 한복판에서도 나 자신만으로 충분할 수 있다. 그러니 어디에도 없고 모든 곳에 존재하는 그런 곳, 그게 바로 '나 자신'이고 나 자신이어야 한다. 이 곡을 들으며 내가 죽지 않는 한 내가 있는 곳이 그런 곳이 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다.


폴은 다시 말한다. 혼자 있는 것에 만족하고 다른 사람이 필요하지 않은 상태를 Alonica라고 생각한다고. 이런 말을 하는 것으로 봐서, 아마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았는지 모르겠다. 그가 왜 이 말을 하게 되었는지 알지 못하니 내 추측에 불과하지만.


그도 이제 나이가 들고 세상을 알게 된 것일까. 세상이나 사람들이 내 마음과 같지 않다는 사실을. 원하는 것보다는 원하지 않는 것을 해야 하고, 즐거울 때보다 지루할 때가 더 많다는 사실을. 돈과 명예, 인기가 한순간에 불과한 신기루 같은 거라는 사실을. 유명한 뮤지션이라고 인간이 걸어가야 할 보편적인 길을 비켜갈 수 없다.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우리의 삶. 그래서 돌아보면 모든 것이 공평한 인생을 우리는 살았고 지금도 살고 있다. 그러니 누구를 원망할 것도 너무 자신을 탓할 것도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말했다. 


"사람의 마음과 사람의 마음은 조화만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처와 상처로 깊이 연결된 것이다. 비통한 절규를 내포하지 않은 고요는 없으며, 땅 위에 피 흘리지 않는 용서는 없고, 가슴 아픈 상실을 통과하지 않는 수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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