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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l 12. 2023

너와의 날들 그 시간들이 깊은 울림이 되어

7월은 8월과 더불어 여름의 절정, 절정의 한복판에서 덥다고 짜증 내지 말고 여유를 찾고 더위를 잘 견뎌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뭔가 기분 전환이 필요하거나 잠시 더위를 잊고 싶을 때, 음악을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늘 소개하는 곡은 2014년 서울대 작곡 동아리에서 만나 결성된 인디 록밴드 '나상현씨밴드'의 <어떤 하루>  최근에 발매된 신곡이다. 일단 경쾌하다. 더운 여름, 딱 듣기 좋은 곡이다.


이 밴드의 주축은 밴드 이름에 나와 있듯이 나상현이다. 그는 보컬을 맡고 있지만 작사와 작곡도 직접 한다. 나상현의 곡을 연주하기 위해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끼리 모인 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음악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 밴드의 특징은 성실하다는 거다. 작가들이 글이 잘 써지든 안 써지든 꾸준히 글을 쓰는 것처럼 이 밴드는 현재까지 발표한 곡이 80여 곡이 넘을 정도로 다작을 하는 밴드로 알려져 있다. 활동에 기복이 없고 꾸준하다는 말이다. 음악적인 재능은 물론 성실함까지 갖춘 이 밴드를 나는 좋아한다.

곡을 듣고 지난 시절이 떠올랐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은 왜 그렇게 순식간에 지나가는지, 혹여 늦게 만나기라도 하면 같이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못내 아쉬웠던 그 시절.


별거 아닌 이야기를 늘어놓고 이유 없이 서로 웃다 보면 어느새 헤어질 시간, 오늘 이 시간이 마지막이 아닐까, 다음에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에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던 그때.


함께 했던 시간들이 지금도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여전히 생생하지만 이젠 돌아갈 수 없으니 무심한 세월 앞에 공허한 마음뿐. 세월이 흘러 안타까운 건 사랑을 상실해서도, 이제 돌아갈 수 없어서도 아니다. 어느덧 삶이라는 현실 앞에 사랑의 마음을 잃어가는 나 자신 때문이다.


이현승 시인은 <죄인>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한다. '회귀란 너무 멀리 떠나왔다고 자각한 자의 것일까. 회심은 늘 그 자리에서 멈춘다. 돌아갈 수 없는 자에게 떠나온 자리는 책망의 자리다.'라고.




"당신을 잃고 나서는 꽃의 색, 작은 새의 지저귐도 저에게는 따분하고 허무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천지만물과 제 영혼이 통과하는 길이 뚝 끊어진 것입니다. 저는 애인을 잃은 것보다 사랑의 마음을 잃은 것을 더 슬퍼했습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ㅡ 서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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