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영수 Jul 13. 2023

행복이라는 낱말은 없어도 될 것 같다

더위에 장마까지 겹쳐 하루 종일 덥고 습하니 '여름에서 벗어났으면, 어서 가을이 왔으면...' 이런 볼멘소리나 하고 있을 때, 나에게 꼭 필요한 인생의 충고를 한정원 작가의 <시와 산책>이라는 책에서 찾았다. 작가는 이렇게 썼다.


"노래는 긍정적인 사람에게 깃드는 것이라기보다는, 필요하여 자꾸 불러들이는 사람에게 스며드는 것이다. 가지지 못한 것이 많고 훼손되기만 했다고 여겨지는 생에서도, 노래를 부르기로 '선택하면' 그 가슴에는 노래가 산다.


매 순간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 행복을 목표로 삼는 방향이 아니라 앞에 펼쳐진 모든 가능성 중에 가장 선한 길을 가리키는 화살표를. 그러니 역시 ‘행복’이라는 낱말은 없어도 될 것 같다. 나의 최선과 당신의 최선이 마주하면, 나의 최선과 나의 최선이 마주하면, 우리는 더는 ‘행복’에 기댈 필요가 없다."


행복은 지금 내 영혼의 상태가 아니라 스스로 방향을 결정하는 선택이라는 것, 그 방향 또한 선한 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이익이 생겨도 그 길이 선한 길이 아니라면 궁극적으로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익은 눈에 보이는 것이고 선한 길을 간다는 삶의 지향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현실과 눈으로 볼 수 없는 이상 사이에서 갈등한다. 대개 현실에 굴복하는 게 나를 비롯한 보통 사람들이다. 행복은 의지적인 결단이 필요하고 그 의지조차 오래 가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ㅡ 실제로 불행한지는 논외로 하고, ㅡ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생각일 뿐이다.   


행복이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것이 아닌 앞으로 ‘가져야 하는’ 영혼의 상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토록 자주 절망한다.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것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현재를 희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가 희생한, 어쩌면 희생해야만 하는 그 현재만을 살 수 있다는 데 있다.


행복과 불행이 어떤 상황과 조건에서 피동적으로 얻어지거나 잃는 것이라고 규정한다면 우리는 그 얽매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차라리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마음을 ‘선택하면’ 조금은 기분이 나아질지도 모른다. 그 기분들이 쌓여서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이 여름이 덥다고 불평할 일이 아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천국은 다음과 같은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