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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Aug 02. 2023

상대의 의견을 공격하되 사람은 공격하지 않는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다가 의견이 충돌할 때가 종종 있다. 상대의 말이 길어지면 기분이 상하기도 한다. TV 토론에서 패널들이 언쟁을 벌이다가 급기야 인상을 쓰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것을 우리는 자주 봐왔다.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하는데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상대의 의견은 공격하되 사람은 공격하지 않는다." 2020년 타계한 진보의 아이콘 '루스 긴즈버그' 전 미국 연방대법관이 한 말이다. 그녀는 자신과 법률적인 견해를 달리하여 보수 편에 섰던 '앤터닌 스캘리아' 전 대법관과 여러 현안을 두고 의견차가 있었음에도 사석에선 돈독한 우정을 과시했다. 


그들은 법정에선 치열하게 논쟁하되 법정 밖에선 스스럼없이 어울렸다고 한다. 심지어 2015년엔 두 사람의 우정을 기려 그들을 소재로 한 창작 오페라 ‘스캘리아/긴즈버그’까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들이 내린 판결이 권위가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였다. 둘 사이의 우정이 치열한 논쟁의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만약 그들이 법정 안에서처럼 밖에서도 서로를 비난하고 다투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실제로 판결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둘째 치고, 사람들은 서로에게 감정적인 그들을 보면서 그들이 내린 판결을 신뢰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나와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각자 개성이 다르고 살아온 배경,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 인신공격을 하거나 부적절한 말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건 피해야 한다. 


생각은 생각으로, 의견은 의견으로 다투고 거기에서 끝나야 부작용이 적다. 어떻게든 뒤끝, 감정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상대의 입장에서 헤아려볼 줄 아는 여유와 나도 언제든지 틀릴 수 있다는 열린 마음과 자세가 필요하다. 


볼테르도 말했다. '나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의 말할 권리를 위해서라면 죽을 힘을 다해 싸우겠다.'라고. 위대한 사상가와 훌륭한 법조인은 역시 다르다. 공사를 구분하지 않고 헐뜯고 다투는 우리 자신의 민낯을 보면서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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