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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Aug 01. 2023

나 자신과 그리고 세상과의 화해

그런 때가 있다. 나도 내 마음을 정확히 모르거나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을 때, 아무리 노력해도 내 힘으로는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때, 무언가를 결심하고 행동에 옮겼지만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자신이 없을 때, 매 순간 세상이 적대적이라고 느껴질 때...


삶은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하지만, 그런 때는 의지조차 꺾여서 뭘 해도 좀처럼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몸이 지치는 것보다 더 힘든 건 마음이 지치는 것,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고치거나 새롭게 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내 힘으로 이겨내야만 한다는 점에서 스스로의 의지가 중요하다.


몸에 면역이 있어야 병을 이겨낼 수 있듯이, 마음에도 면역이 필요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렇다면 마음의 면역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안으로는 자신을 사랑하고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삶을 긍정할 수 있어야 하고, 밖으로는 세상을 보는 따뜻한 시선과 다른 사람들의 고통과 상처에 대해 공감 또는 연민하거나 배려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감사해야 한다. 그런 것들이 하나둘씩 쌓이다 보면 내면이 단단해지면서 서서히 치유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마음을 정돈하고 불필요한 것을 버려야 한다. 익숙해지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정리다. 정리, 정돈 없이 익숙해지다 보면 냉소적이 될 수도 있다. 자포자기하는 심정도 다르지 않다. 결국 마음에 면역이 생기기 위해선 스스로 마음을 돌봐야 한다. 다산 정약용도 어떤 기약도, 아무런 희망도 찾을 수 없는 유배지 강진에서 스스로를, 무엇보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이런 글을 썼다.


"마음은 내 것이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인생은 그런 마음과 투쟁하고 화해하는 긴 여정이다. 공부는 마음을 나다운 것으로 채우기 위한 과정이다. 마음공부, 나의 동굴에서 마음을 기꺼이 들여다보는 고독. 이제 내가 나다워질 시간이다."


때로 시간의 도움도 절실하다. 시간은 약과도 같이 나를 서서히 움직인다. 시간의 도움이라고 하지만 실은 그 시간만큼 견디는 것, 인내하는 것이다. 몸에 병이 생기면 치유를 위해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시간은 우리에게 마음의 면역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내면의 상처가 아무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와 상황을 받아들이다 보면 어느 순간 나에게 적대적이었던 세상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젠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주어진 상황과 한계 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몫의 최선을 묵묵히 다하는 것, 그게 나 자신과 화해하고 세상과 화해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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