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여러 가지 일을 겪는다. 원하는 일도 있지만 원하지 않는 일도 많다. 원하지 않는 일을 겪다 보면, 자칫 '인생이 원래 이런 건가?' 하는 비관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맞다!! 인생은 원래 그렇다.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내 뜻을 관철하는 것은 둘째치고 대부분은 원하지 않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게 현실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 앞에서 뒤통수를 만지면서 '어떻게 나한테 이런 일이~?' 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인생이 그러할진대,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 꿈과 희망도 없이 오는 대로 꾸역꾸역 마지못해 살아내야만 할까. 아니다. 그럴 수 없다.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는 인생, 그렇게 끌려갈 수 없다.
관점의 변화가 시급했다. 인생이 '어떤가'를 생각하기보다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 당장 일어난 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내가 살아가야 할 방향부터 바로잡아야 하는 거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철학자 최훈이 쓴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 고기를 굽기 전, 우리가 꼭 생각해 봐야 할 철학적 질문>에는 이런 글이 나온다.
"인생이란 게 원래 그런 거 아냐? 누구나 다 자기 것을 챙기려 하지. 당신은 그렇지 않나?"라고 대꾸하는 사람이 있다면 윤리에 대해 아직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인생이 원래 그렇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는 인생이 '어떠한가'를 묻는 게 아니라, 인생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철학에서는 사실과 당위의 구분이라고 한다. 인생이 사실은 어떠어떠하다 할지라도, 우리는 그것과 상관없이 인생이 마땅히 어떠어떠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것이 바로 윤리이다."
우리는 늘 우리의 삶이 ‘지금 어떤가’를 묻는다. 당연히 나보다 나은 삶을 사는 사람들과 비교하고 또 삶에 어떤 기대를 한다. 그러나 기대는 대부분 실망으로 바뀌고, 비교하지만 여전히 그들을 따라갈 수 없는 현실, 남들과의 끊임없는 비교는 오히려 스스로만 더 비참하게 만들 뿐이다. 그래서 질문을 바꾸어 지금 내 삶이 어떤가를 묻기보다는 내 삶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는 그의 말에 나는 깊이 공감하고 있다.
삶이 어떤가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냉소적이거나 자칫 부정적으로 흐를 수 있지만, 어떠해야 하는지를 묻기 시작하면 조금씩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우리 삶은 그 노력이 쌓여 조금씩 변하는 것이다. 현실을 무시할 수 없지만 현실에만 매어 살 수 없다. 이상은 꿈같지만 그 꿈마저도 없다면 살아갈 희망을 찾기 어렵다.
'나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가?
그 어떠해야 하는 삶을 위해
나는 지금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