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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Aug 07. 2023

기억은 추억이 되고 추억은 그리움이 되고

그동안 살아온 시간을 떠올리는 것은 나이가 아닌 살아왔던 시간 전체를 생각하는 것이다. 오래 살았다면 생각할 것도 많다. 지나온 날들이 겹겹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되었지만, 한편으로 그날들이 내가 살았던 시간이 맞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약간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고.


동물과 달리 인간은 회고적이다. 지금 이 순간만을 살 수 없는 존재라는 거다. 우리와 달리 오직 지금만을 사는 동식물은 삶이 심플하다. 그들에게 과거를 후회하며, 미래를 염려하는 일은 없다. 지난 기억으로 힘이 들면 그들의 단순한 삶을 닮고 싶지만 꼭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유쾌했던 기억만 떠오르는 건 아니지만 중간중간에 숨어 있는 보석같이 좋았던 순간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 기억을 끄집어내느냐만 남았지만. 그런 추억마저 없다면 사는 게 뭘까, 하는 마음이 든다.


기억이 정말 추억이 될 수 있을까. 그 기억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니, 추억도 혼자 해야지 함부로 공유할 건 아니다. 추억이 된 일은 보통 그 시절 함께 한 사람과 관련이 있지만, 나중에 추억하는 건 결국 나 혼자, 그래서 추억을 상기하는 행위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추억을 간직하고 수시로 꺼내보는 사람은 외롭고 쓸쓸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세월이 흐르면 기억도 희미해진다. 아무리 기억하고 싶어도 그때만큼 선명하지 않다. 그럼에도 어떤 기억은 여전히 뚜렷하다. 문제는 어떤 추억은 지금을 사는 나를 힘들게도 한다는 것, 그럴 때마다 나는 내 기억을 종종 탓하곤 했다. '잊어버리지 뭘 지금까지 그걸 기억해 가지고. 다 지난 일인데...' 그런 기억은 그냥 가슴에 묻어두어야 한다.


어떤 기억은 추억이 되고 추억은 그리움이 되기도 한다. 추억하면 그리움에 빠지는 건 다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시절을 이제 다시 살 수 없다는 사실, 그리워질 수밖에 없다. 누군가를,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는 건, 감상적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다. 그리움도 없이 살아간다면 삶이 얼마나 삭막할까, 안 그래도 험한 삶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추억을 회상하는 것도 좋은 면이 있다.  


추억하면 떠오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의 문장.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었던 그 문장이다. 주인공 와타나베도 나와 비슷한 심정이었을까.


"나는 고개를 들고 북해 상공을 덮은 검은 구름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살아오는 과정에서 잃어버렸던 많은 것에 대해 생각했다. 잃어버린 시간, 죽거나 떠나간 사람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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