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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Aug 10. 2023

중요한 건 숫자나 테크닉이 아닌 진정성!

얼마 전 마크 저커버그가 CEO로 있는 '메타(페이스북)'에서 만든 텍스트 기반의 SNS인 '쓰레드(Threads)'가 한동안 열풍이었다. 인스타그램과 연동되어 가입하기 편한 점과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의 여러 제한 조치(글 열람 개수 제한 등)로 트위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비등할 때라는 시기와 맞물려 여론의 관심을 받았다.


새로 나온 SNS이고 트위터처럼 텍스트 기반이다 보니 나처럼 글을 쓰는 걸 취미로 삼는 사람들이 꽤 많이 가입한 모양이다. 문제는 초기다 보니 팔로우 수 늘리기 경쟁이 벌어진 것. 자신을 팔로우하라고, 그럼 당신도 팔로우 숫자가 늘어날 거라고 유혹하는 글들이 타임라인을 장식했다. 품앗이 성격의 팔로우를 통해 수천 명의 팔로워들이 속속 등장했다.


그것도 잠시, 스쳐가는 바람이었다. 그렇게 늘어난 팔로워들이 과연 내 글에 관심을 가질까? 쓰레드가 구독하고 싶은 글을 읽기 위해 팔로우하는, 일종의 구독 개념이라는 것을 오해한 현상이다. 그렇게 팔로워 수 늘리기에 혈안이 된 사람들은 정작 자신이 팔로우하는 사람들의 글에는 관심이 없었다. 마치 팔로워 숫자만으로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할 거라고 착각한 듯하다.  


눈살이 찌푸려졌다. 몇 번이나 그만둘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단 몇 명이라도 내 글에 공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팔로워 숫자가 아닌, 내 글에 관심을 갖고 읽어주는 사람들이 중요하고 나와 소통하는 팔로워들이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그들을 위해 진정 어린 글을 꾸밈없이 쓰는 거다.   




브런치를 시작할 때, '구독자'가 채 몇 명 되지 않았다. 어떻게든 '구독자' 숫자를 늘려 출판사로부터 서평을 써달라는 등 광고 협찬을 받을 생각도 전혀 없었다. 2019년 8월 천직으로 삼았던 검사직을 갑작스럽게 그만두고 공허한 마음에 뭔가를 쓰다가 이왕 쓸 거면 글쓰기 플랫폼인 블로그나 브런치에 쓰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계기였으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구독자 숫자는 늘어가고, 구독자가 늘어나는 것도 나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은 20-30여 명 남짓, '라이킷(하트 표시)'을 누르는 사람 수도 기껏 10여 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100여 명의 구독자가 있다고 해도 대부분은 내 글에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 그렇다면 구독자 수를 늘리는 게 중요한 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쓰레드든, 트위터든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내가 무언가를 쓰고 있다는 행위 그 자체, 더 나아가 글쓰기를 통해 세상과 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사려(思慮)가 깊어져 언젠가는 나를 치유하고 그 글을 읽을지도 모르는 누군가를 위로하는 것, 바로 그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그래서 내 글을 읽는 사람이 별로 없어도 나는 매일 글을 쓰고 있고 쓰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작가가 아닌 바에 완벽한 글을 쓸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경험을 쓰든, 책의 문장을 인용하든, 현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쓰든, 편하게 쓰면 된다. 쓰레드나 브런치에 자칭 작가라는 사람들이 글은 이렇게 써야 한다고 조언하고 자신의 글을 올리기도 하던데 경청할 부분이 있지만, 그건 글을 생업으로 삼는 작가의 입장일 뿐, 그들과 나를 비교 선상에 두고 괜히 주눅 들 필요가 없다.


나 같은 아마추어는 테크닉이 아닌 글에 어떤 내용을 담느냐로 브런치 구독자들에게 어필해야 한다. 중요한 건 진정성(authenticity)! 이웃의 숫자나 글을 잘 쓰는 테크닉이 아니다. 구독자가 단 한 명에 불과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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