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지 않은 고요함이 좋았다
"개인적인 대화가 적고 숨이 답답할 만큼 조용한 키타아오야마 사무소 공기는 유리창을 열어젖힌 여름 별장에서 새와 벌레 울음소리, 잎사귀 스치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예초기 엔진 소리 등에 섞여 느긋하고 편안한 공기로 바뀐다. 나는 이 너무 조용하지 않은 고요함이 좋았다."
몇 년 전 여름에 읽었던 마쓰이에 마사시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에 나오는 문장이다. 시골 한적한 곳, 건축사무소로 쓰고 있는 여름 별장의 분위기를 묘사한 글이지만, 더워서 모든 것이 정지된 그래서 나른한 한여름 오후의 분위기도 느껴진다.
그 이후, 나는 한동안 이 문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너무 조용하지 않으면서도 고요한 곳을 찾아다녔다. 물론 그런 곳이 많지 않았다.
분위기가 깔끔하면 음악이 시끄럽고, 너무 조용하면 분위기가 별로고. 소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핫플레이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앉을 자리가 없고. 요즘처럼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곳을 찾지만 에어컨 바람이 너무 세면 오래 있기 불편하다. 그런 이유로 가지 않는 곳이 몇 군데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딱 마음에 드는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찾아갔던 곳이 그런 곳이 아니었을 때 실망하다가 그런 일이 반복되자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의 문제라고. 너무 조용하지 않으면서도 고요한 곳은 바로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고.
어제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문득 이 글이 생각난 건, ‘여름’이 들어간 책 제목 때문이기도 하지만, 덥다 덥다 해도 이 여름도 곧 지나가기 때문이다. 사라지는 모든 것은 아름다운 법이다. 조용하지 않은 고요함 역시.
어제도 무척 더운 하루였다. 한낮에는 걷는 것 자체가 힘들어서 그런지 휴가철인 것을 감안해도 거리에 인적이 드물었다. 모든 것이 정지된 느낌, 더위로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더위 탓인지 매미도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간간이 소리만으로 자신이 살아 있음을 알릴 뿐.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덥다 보니 이 여름이 어서 지나갔으면 하고 바라지만, 지난 겨울 무척 추울 때 어서 여름이 왔으면 탄식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해서 대책 없는 변덕에 씁쓸해지도 한다.
그때 그토록 기다렸던 여름이건만, 이렇게 더울 바에는 차라리 겨울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바랬던 뭔가가 막상 이루어지면 기대와 달리 별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드는 하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