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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l 30. 2023

철저하게 살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

벌써 7월도 오늘 포함해서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혹자는 말이라도 '이틀밖에 남지 않았어 ㅠㅠ'가 아닌 ‘이틀이나 남았네 :-)’라고 긍정하라고 하지만, 그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 자신이 있는 사람들 이야기이고, 오늘도 어제같이 아마 내일도 오늘 같이 엇비슷한 삶을 사는 나 같은 범인에게는 미사여구에 그칠 뿐이다.


하여, 캘린더를 보며 모든 것이 헛되고 덧없다고 생각하며 애꿎은 세월만 탓했다. 7월이 시작될 때 새로운 결심을 한 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7월 말이라니,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되면 마음이 여간 불편해지는 게 아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말했다. "삶이 이렇게 빠르게 달아나고 있는데, 정말 철저하게 살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 견딜 수가 없어." 그의 글을 떠올리며 덧없다는 생각을 지우고 나를 돌아보게 된다. 헤밍웨이는 철저하게 살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견딜 수가 없다고 토로했는데, 나는 어떤가?


시간이 가도 무심하게 반응하고, 별생각도 없이 '또 한 달이 갔네' 정도만 생각했던 것은 아닌가. 이게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지 않은가. 정작 경계할 일은 세월의 무심함이 아니라 이젠 어떤 반응도 없는 나의 무뎌짐, 무감각이다.


몸에 조그만 상처만 나도 아프다고 징징대면서, 정신이 병드는 것, 나태와 무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 진짜 고통은 바로 이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오늘도 나를 탓했다.


남은 이틀이라도 스스로를 잘 정리 정돈해서 헛된 기대를 버리고 주어진 삶을 농밀하게, 철저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다짐이 반복되고 성과는 미미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짐하고 또 다짐해야 하는 것은, 그것만이 나를 살아있는 존재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것마저 없다면 세월의 무상함과 쓸쓸함 앞에 쓰러져 도무지 일어나려고 하지 않을 테니까.  


그래도 이 글을 보는 분들은 저와 달리 '이틀이나 남았네'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남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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