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영수 Aug 03. 2021

과정없는 성취는 없다

마크 롤랜즈/철학자와 늑대


"어떤 가치가 있는 성취도 그 성취를 하는 순간 그 의미를 상실하고 만다. 내게 있어서 성취란 내가 하는 일이 더 이상은 의미가 없게 만드는 과정에 불과하다. 나는 성취의 과정에 의해 변화되기 위해 뛸 뿐이다."


<마크 롤랜즈 _ 철학자와 늑대>




누구에게나 목표가 있고 우리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막상 원하는 것을 얻고 나면 기쁨은 잠시고, 눈앞에 보이는 또 다른 목표를 향해 숨 가쁘게 다시 달려간다. 끝은 있는 것일까? 그런 삶이 반복되면, 삶 자체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이 되어 버린다. ‪


목표를 중시하면, 지금 이 순간은 무시되고 과거와 미래에 얽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다른 사람들보다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내일은 오늘보다 더 빡세게 가보자.' 생각의 반복 끝에, 남는 건 자괴감과 자기 비하뿐이다. 후회와 불안은 당연한 거고. ‬


물 흐르듯 사는 것도 나쁘지 않건만, 목표만 바라보니 이렇게 사는 게 불가능하다. 목표는 이루지 못해 목표인 것을, 지나고 보면 큰 차이가 없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안달하며 산다.‬

'내가 하는 모든 활동이 다른 활동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면, 그것은 일종의 일이다."


과정이 생략된 결과는 맹목적이 되기 쉽다. 과정을 즐기라는 말이 있다.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결과를 중시하는 삶의 고단함을 지적한 정확한 조언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작금의 혼란도 승자독식, 성과주의, 목표 지향의 문화에 기인한 면이 있다. 지금 일본에서 2020 도쿄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은 획득한 메달 수로 국가 순위를 매기는데, 우리를 비롯한 동양권은 금메달 수로 순위를 매긴다고 한다.


그들은 어떤 메달을 땄느냐보다 메달을 땄다는 사실 자체를 중시하는 반면, 우리는 메달 색깔, 정확히는 금메달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은메달, 동메달 심지어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은 주목의 대상이 아니다.


이 차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미국 연수 중에 알고 지냈던 서양 친구들을 보면 매사에 경기 자체를 즐기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그들은 승패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겨도 유난히 기뻐하지 않았고, 져도 그냥 웃었다. 우리 젊은 세대도 그런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지만, 나를 비롯한 기성세대는 그렇지 못하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특정한 방식으로 '느끼는' 것이란 사실이다. 잘 살고 못 사는 문제와 상관없이, 삶의 질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 달려 있는 것이다."

"때로는 정말로 어깨에 온 세상의 짐을 진 것처럼 느껴져…. 제길, 가끔은 힘들어, 하하. 올림픽은 장난이 아니거든."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집중해야 한다. 왜냐하면 결국은 우리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체조 여왕' 시몬 바일스(24세, 미국)가 지난 2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이다. 그리고 27일 바일스는 도쿄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단체전에 출전했다가 한 종목만 뛰고 기권해 버렸다.


가장 자신 있는 주 종목 도마에 나섰다가 낮은 점수에 그치자 나머지 3개 종목은 뛰지 않은 것이다. 미국인들 대다수는 그런 그녀를 나약하다거나, 왜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느냐고 비난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그녀를 격려해 주었다.


그녀가 우리나라 체조선수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안산 선수에 대해서도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데... 이젠 우리도 달라져야 한다.

과정이 정당하고 바르며 그리고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에 관계없이 격려해 주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사람들의 의식은 결국 그 사회의 문화나 분위기를 통해 서서히 바뀌기 때문이다. 목표와 목적은 구분해야 한다. 목표가 삶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나부터 실천하면 된다. 목표를 갖되,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 기준으로 대하면 된다. 외적인 삶이 고단해져도 내면은 충만함으로 빛이 날 것이다.

"늑대는 매 순간을 그 자체의 보람으로 받아들인다. 바로 이 부분이 우리 영장류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인간에게 매 순간은 끝없이 유예된다. 매 순간의 의미는 다른 순간과 연관되어 있으며 그 내용 또한 다른 순간들로부터 회복될 수 없는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시간의 피조물이지만 늑대는 순간의 피조물이다."


<마크 롤랜즈 _ 철학자와 늑대>

작가의 이전글 잊혀지는 존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