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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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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Aug 18. 2023

도대체 너의 믿음이 어디 있느냐

누가복음에는 어느 날 예수가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호수 저편으로 건너가는 장면이 나온다. 예수는 피곤했는지 배에서 잠이 들고 마침 호수에 광풍이 불어 배에 물이 침범하고 배가 침몰 직전까지 가는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다. 당연히 제자들은 혼비백산 놀라서 예수님을 깨우고 자신들이 죽을지도 모르니 살려달라고 하소연한다.


잠에서 깬 예수가 바람과 물결을 꾸짖자 일순간에 호수가 잔잔해졌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일갈한다. "도대체 너희 믿음이 어디 있느냐?" 제자들은 두렵고 놀라워 이렇게 말한다. "그가 누구이기에 바람과 물까지도 잔잔하게 하는가?" (누가복음 8: 22-25)


제자들은 자신들이 모시는 예수가 주님, 즉 자신들의 주인임을 넘어 하나님임을 믿지 못한 것이다. 당연히 예수를 자기들처럼 혈과 육을 가진 연약한 인간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고, 비바람이 거세지자 그 바람과 물결만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만약 그들이 자신들이 함께 하는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임을 믿었다면 폭풍우가 두려웠을 리가 없다. 어떤 어려움과 고난이 와도 이를 통제하는 그가 함께 하는데 무슨 걱정이란 말인가, 하고 믿음으로 대처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 우리 인간이 그렇던가. 나부터도 하나님을 믿지만, 세상 문제 앞에서 여전히 힘겨워한다. 내 앞에 있는 문제만 보일 뿐, 그 문제 넘어 이 모든 상황을 컨트롤하고 있는 하나님은 보지 못했다.


믿음은 문제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 너머 존재하는 하나님, 그분을 신뢰하는 것이다. 당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심지어 죽음이라는 극한 상황에 직면해서도 죽으면 죽으리라는 마음으로 하나님을 끝까지 믿는 것이다. 문제를 극복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문제 자체를 아예 품어버리는 것이다.




사도 바울 역시 예수를 만나 회심한 후, 선교를 가던 중에 유라굴로 폭풍을 만나 그가 탄 배가 난파되는 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는 예수와 마찬가지로 폭풍으로 인해 일엽편주처럼 흔들리는 배 안에서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두려워 떠는 선장과 선원들에게 자신이 믿는 하나님으로 인해 그들이 절대로 몸이 상하는 일이 없을 거라고 위로하고 안심시켜 준다. 믿음은 바로 이것이다.


무더위로 힘겹고 지치는 요즘, 세상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이 하나같이 우울하기만 한 이때,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폭풍과 거센 바람으로 흔들리고 있는 세상인가 아니면 내가 믿는 하나님인지를. 나에게 상황 너머를 볼 믿음의 눈이 열려 있는지를.


우매하게도 예수님의 제자들처럼 세상만 쳐다보고 있었다. 기도할 때와 삶이 따로였다. 영적으로 고갈되고 말았다. 힘을 잃었다. 폭풍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 제자들이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제자들은 외쳤다. "우리에게 믿음을 더하소서!!(누가복음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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