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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Oct 15. 2023

삶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세상일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육체의 쇠락을 의미하지만, 세상에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훨씬 더 많음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힘이 빠지는 거다.


출애굽의 지도자 모세, 그는 이집트 왕자 신분으로 젊을 때는 자기 동족인 이스라엘 백성을 괴롭히는 이집트 사람을 죽일 정도로 혈기가 왕성했다. 그 일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고 또 실천했다. 그러나 동족마저도 자신을 비난하자 광야를 떠도는 도망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광야에서 자신의 힘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철저히 깨닫는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무려 40여 년의 긴 시간이었다.


모세에게 그 시간이 왜 필요했을까. 이제는 죽음을 앞둔 80세가 넘은 노인이 되어 버린 모세, 그에게 희망이 있었을까. 아무것도 없는 광야, 장인 소유의 양을 치는 목동이라는 초라한 신분 그리고 끝없이 반복되는 무의미한 일상, 어떤 희망도 찾을 수 없는 미래... 그의 절망감은 어떠했을까.


그는 이제 자신은 끝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인간은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연약한 존재다. 그러나 끝이라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할 때 반전이 일어난다. 모세에게 하나님이 찾아오신 것이다. 그 후 그는 출애굽을 거쳐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으로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한 위대한 지도자로 거듭났다. 이 모든 삶의 여정을 기록한 모세의 오경(五經)이 성경이 되었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 모세나 나나 별 차이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그 끝을 바라보는 내 자세이자 삶의 태도였다. 삶을 이끌어가시는 하나님을 믿는다면 섣불리 내 짐작과 판단을 앞세울 것이 아니다. 끝에 가봐야 끝을 알 수 있다. 그전에 누구에게도 끝은 없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광야 시절의 모세처럼 비록 보잘것없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것이어야 한다.


모세가 위대한 것은 정작 자신은 가나안 입성을 앞두고 그곳에 들어갈 수 없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군말 없이 순종했다는 점이다. '내가 누군데? 내가 안 들어가면 누가 들어가는 건데? 내가 세운 공이 얼만데, 너무 한 거 아닌가?' 이런 유의 불만과 불평을 하지 않았다.


순종이 어려운 것은 내 욕망과 의지 그리고 공로 의식을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국 나를 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내가 모세를 높이 평가하고 더 나아가 그 모세를 모세 답게 만드신 하나님을 신뢰하는 이유이다.


지금 어렵고 힘든 상황 앞에 놓여 있다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다면? 차마 참으라는 말은 하지 못하겠다. 나도 그렇게 살지 못했고 지금도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눈을 들어 우리 위에 있는 하늘을 보길 권한다. 하늘이 하늘인 것은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하늘의 본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속에 희망이 있는 것이다.  

<장욱진, 자화상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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