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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Oct 23. 2023

형통과 교만

성경, 특히 구약을 읽으면 신앙이 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삶의 교훈도 얻을 수 있다. 오늘 읽었던 역대하 26장에는 유다 왕 웃시야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16세라는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라 52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유다를 통치했다. 그 기간 동안 쌓은 업적도 많았다.


"웃시야가 그의 아버지 아마샤의 모든 행위대로 여호와 보시기에 정직하게 행하며 하나님의 묵시를 밝히 아는 스가랴가 사는 날에 하나님을 찾았고 그가 여호와를 찾는 동안에는 하나님이 형통하게 하셨더라."


특히 그는 지금 이스라엘을 공격하여 온 세상을 시끄럽게 만든 팔레스타인(구약에선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다. 그 일로 나라가 점점 강성하여지자 문제가 생긴다. 마음이 교만해진 것이다. 당연한 결과로 악을 행하게 되고 심지어 성전에 들어가 자신이 직접 분향하려고 한 문제로 하나님의 저주를 받아 나병에 걸리고 만다.


"그가 강성하여지매 그의 마음이 교만하여 악을 행하여 그의 하나님 여호와께 범죄하되 곧 여호와의 성전에 들어가서 향단에 분향하려 한지라."


구약시대 제사는 레위인 출신의 제사장의 전속적인 권한이었다. 제사장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제사를 직접 드리려고 했던 웃시야. 교만해지면 보이는 게 없다더니 그에게 딱 해당되는 말이었다. 그는 이 일로 나병에 걸려 왕으로서 모든 권한을 아들 요담에게 넘기고 별궁에 갇힌 채 쓸쓸히 말년을 보내야 했다.


"웃시야 왕이 죽는 날까지 나병환자가 되었고 나병환자가 되매 여호와의 전에서 끊어져 별궁에 살았으므로 그의 아들 요담이 왕궁을 관리하며 백성을 다스렸더라."


잘 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는 말, 틀린 말이 아니다. 잘 될 때 마치 내 힘으로, 내 능력으로 그렇게 된 것인 양 행동하지만 거기에 함정이 있고 유혹이 있다. 하지만 약한 인간에게 그게 잘 보이지 않는다. 결국 자제하지 못하고 폭주하게 되는 것, 강해서 교만해지는 것, 인간이 지닌 한계이다.




헨리 나우웬은 말했다. '(교회의 지도자는) 사라지는 연습, 작아지는 연습, 희미해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교회의 지도자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선민의식, 내가 그동안 쌓은 노력과 공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보상 심리, 나보다 나은 사람이 없다는 우월의식 모두 교만에서 비롯된 버려야 할 마음들이다.  


교만해서 망할 바에는 차라리 잘되지 않아 죄를 짓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게 말처럼 쉽지 않음은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그러니 잘 나갈 때 마음을 다스리고 또 자제해서 더욱더 바로 서려고 노력해야 한다.


겸손은 자기 자신의 한계를 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것이 뜻대로 될 때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음을 알고 겸비한 마음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의미하기도 한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후자다.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되돌아보아라. 이 두 가지를 하나님이 병행하게 하사 사람이 그의 장래 일을 능히 헤아려 알지 못하게 하셨느니라." 


전도서(7:14)에 나오는 권면이다. 잘 될 때 기뻐해야 하지만 더 조심해야 하고 잘되지 않을 때 좌절하지 말고 지난날 하나님이 나에게 베풀어주신 은혜를 기억하며 그 시기를 이겨내야 한다.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 것, 인생의 지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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