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의 중심이 아니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내가 먼저 웃으면 화가 난 상대도 곧 누그러지고 맙니다. 그건 나에게도, 그 사람에게도 좋은 일입니다.
의도적으로 이타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의무적으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면 피곤하겠지만,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자세가 우러나올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럴 마음이 있느냐이겠지만요.
나도 내 마음을 모를 때가 있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안다고 생각하는 건 교만이고 착각입니다. 어설프게 아는 척하지 말고, 내 입장이 아닌 그 사람의 입장에 서도록 노력하는 것, 겸손은 바로 그것이 아닐까요?
언제든지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 나는 너를 정확히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지점에서부터 불편했던 관계는 회복되기 시작합니다. 나를 낮추면 오히려 내가 높아집니다.
인간은 자기중심적으로 살도록 되어 있어서 그런지 이런 마음을 먹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한심한 고백이지만, 저는 제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다른 사람을 조사해서 죄를 물어야 하는 검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많은 사람을 접하면서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잘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착각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성숙해진다는 것은 세상의 중심이 더 이상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혹시 중심에 있었다고 해도 때가 되면 기꺼이 변방으로 물러날 줄 아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변방에 머물기를 자청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자기 성찰을 통해 겸손해진 사람의 모습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중심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기꺼운 마음으로 도와줄 때 비로소 우리 삶은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요. 아, 그런데 저는 이렇게 살지 못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늘 넘어지는 저를 보면 심한 자책이 몰려오네요. 다자이 오사무의 고백처럼 저는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한홍 목사는 <그리스도의 겸손함을 본받아>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꼭 저에게 해당되는 말입니다.
“미안합니다. 제가 틀렸었군요. 제가 잘못했군요. 제가 부족했습니다. 제가 회개할 점이네요. 용서해 주세요.”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말들을 해본 적이 없다면, 당신이 완벽한 인생을 살아서가 아니라 교만해서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