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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Aug 15. 2023

고백은 영혼에 유익하다

"고백은 영혼에 유익하다"는 스코틀랜드 격언이 있다. 처음에 이 말을 접하고 '글쎄, 고백하는 것이 왜 영혼에 유익하지?' 의문이 들었다. 가톨릭에서 신부 앞에서 고해성사를 하는 것을 포함해서 고백하면 왠지 내가 살면서 지었던 잘못이나 죄, 부끄러운 모습들을 떠올리게 된다. 물론 연인에게 하는 사랑의 고백도 있긴 하다.


‘고백’은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이나 감추어 둔 것을 사실대로 숨김없이 말하다.’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고백하기 위해선 마음속에 있는 것을 겉으로 끄집어내야 하고, 고백을 듣는 상대가 있어야 한다. 숨김없이 솔직히 말해야 한다는 점에서 용기 역시 필요하다. 고통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용기!! 자신의 약점이나 부끄러운 것을 고백하기 위해선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용기를 낼 때 우리를 짓누르고 있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그때 비로소 영혼이 강해질 수 있다. 영혼을 차지하고 있던 불순물이 고백을 통해 빠지는 것이다. 바로 고백이 주는 유익한 점이다.     




사도 바울 역시 자신이 죄인 중에 죄인이라고 고백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부득불 자랑할진대 내가 약한 것을 자랑하리라." 어쩌면 아무나 하기 어려운 그래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고백 중에 가장 값진 고백이 아닐 수 없다.


회심한 후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일관된 삶을 살았던 바울은 끊임없이 자신의 약함과 지난날의 과오에 대해 고백하고 회개했다. 말로만 그친 것이 아니라 편지까지 써서 다수의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고백했다. 물론 그 고백을 가장 먼저 들었던 이는 고백의 대상인 하나님이었을 것이다.  


고백은 1회성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한 번 고백한다고 과거의 잘못된 삶의 고리를 끊고 내 삶이 정결해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고백은 끊임없이 해야 한다. 고백을 통해 잘못된 지난 삶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필요하다. 고백을 통해 뭔가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언젠가 사도 바울의 이 고백문을 읽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약점, 그 약점마저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런 나 자신을 사랑할 자신이 있는지를. 바울처럼 약함을 솔직히 드러낼 용기가 있는지를. 그리고 앞으로 고백한 대로 종전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는지를' 선뜻 답하기 어려웠다. 걸리는 게 너무 많았다. 약하다는 사실을 드러내기가 못내 두렵고 부끄러웠다.


어쩌면 세상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실수나 잘못을 범하는 약한 나 자신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완고한 자의식에 갇혀 있어서 고백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꺼려하는지도 모르겠다. 알베르 카뮈가 <작가 수첩>에서 한 말을 다시 한번 더 기억해야만 한다.


"나는, 너의 장점 때문이 아니라 약점 때문에 존중한다. 그런 약점을 가지고도, 혹은 버리지 않고도 그렇게 훌륭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내가 존중하기에 충분하다."


아마, 내가 믿는 하나님도 연약하고 늘 넘어지는 나를 보고 같은 생각이셨을 거다. 하여, 나는 나의 약함과 어리석음, 고집과 이기적인 모습을 고백해야 한다. 그 누구에게도 아닌 하나님 앞에서, 그것도 끊임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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